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6:39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일반기사

전북의 정신문화에 관심을 가질 때

박학래 군산대 철학과 교수

전북에는 다양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국내 유일의 국보 어진인 조선 태조어진을 비롯하여 김제 금산사 미륵전, 익산의 미륵사지석탑 등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가 있으며, 3천5백여 항목에 이르는 무형문화유산이 있는 것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일찍이 전통문화의 보고(寶庫)라는 별칭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이 지금까지 진행된 여러 조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 자산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온 동학농민혁명 2주갑, 즉 120주년 기념사업에 대한 관심도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으며, 도나 시군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각종 문화 사업에도 큰 열의가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관은 관대로, 민은 민대로 그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는 형국이 아닌가 저어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면 왜 이러한 현상이 드러나는 것일까? 그동안 우리가 우리의 문화를 특징짓고,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시키며, 동시에 지역민의 동질적 유대감을 일깨우는 전통의 정신문화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보통 정신문화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치, 의미, 생활방식, 그리고 그것의 실천행위라 이해된다. 현재의 삶은 과거의 삶이 반영된 것이며, 아무리 변화가 거듭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정신문화의 특징은 미래에도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19세기 성리학자 오희상(吳熙常)은 당시 특정 지역에 사는 백성들의 풍습과 습관을 살피면 1천 년 전 삼국시대의 유풍을 확인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하였다.

 

문화의 문제는 공동체의 문제이다. 따라서 지역공동체의 정체성과 동질적 유대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 중 하나는 공동체 문화의 밑거름이 되는 정신적 가치라 하겠다. 다양한 공간 속에서 자발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공동의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오면서 구축해 온 정신문화는 지역 문화와 지역민의 삶의 향방을 결정짓고, 그 지역의 특징적인 면모를 만들어왔다. 따라서 유무형의 문화자산으로 통칭되는 문화유산의 기저에는 지역의 정신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은 이러한 정신문화의 자산이 풍부하다. 불의에 항거하고 대의의 실천을 위해 몸 바쳐 싸운 의기(義氣)의 본향이었으며, 학문적 소통과 새로운 학문의 발상지이기도 하였다. 개혁지향의 실천적 학문이 자라났고, 지역민의 정서와 결합하여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저에서 면면히 자라난 정서에는 현재의 삶을 반추하며 고절한 정신에 대한 자긍이 승화된 문학과 예술이 자리하였다. 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소통과 개방의 특징이 부각되면서 포용의 학문이 꽃 피우기도 하였다.

 

풍부하고 다채로운 우리 지역의 정신문화 자산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나아가 지역 사회의 질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유형의 문화자산에 대해 단순히 산업적인 측면이나 경제적 가치로 판단하고 그 의의를 살피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기저에 깔린 가치와 의미를 지역민이 인지하고 공유하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지역민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기제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영남의 한 지역에서 정신문화 연수생을 최근까지 6만 여명 배출했고, 이러한 결실을 맺기 위해 십여 년 전부터 해당 도시가 그 지역의 정신문화 자산을 21세기 한국의 정신적 가치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시설 기반 구축을 위해 적극 지원해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