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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지속가능한 행복 만들기

▲ 이현웅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요즘 '행복'이란 말이 새삼 유행이다. 새 정부가 '국민행복시대'를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부처마다 사업 제목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다. 국민행복기금, 국민이 행복한 나무심기, 생활공감 국민행복….

 

행복이 넘치는 사회는 좋은 사회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행(幸)은 '바라는 것'이고 복(福)은 '내려받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려받은 상태, 그것이 곧 행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말보다는 '복'이라는 한 글자를 더 즐겨 썼다. 복은 사람의 힘으로 얻는 것이기보다는 하늘로부터 내림받는 것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죽어라 노력하는 사람도 복 있는 사람은 당하지 못한다는 것이 옛이야기 속의 교훈이다. 우리 전라북도가 '복도(福道)'라고 불렸던 것도 천재지변으로부터 안전하고 대형 재앙의 발생빈도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전라북도가 '복도'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삶의 질 정책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전북에서 시행하는 삶의 질 정책이 결코 대단한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작고 소소한 행복, 그것들이 쌓여서 삶의 질을 높여준다.

 

전북도가 추구하는 '작은 시리즈'는 바로 그런 철학의 실천이었다. 작은 영화관, 작은 도서관, 작은 박물관 등이 그런 연장선상에서 기획됐다. 그런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이 전라북도의 삶의 질 정책과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문화를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문화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지역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내용과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이 전라북도 정책과 판박이다. 또 농식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전북도가 삶의 질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로컬푸드 사업'이 농촌활력 우수사례로 보고됐다. 이것은 전라북도가 특별히 잘했다기보다는 이미 우리사회의 큰 흐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전라북도가 먼저 그 흐름을 읽고 조금 일찍 실행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한 발 먼저 기획하고 한 걸음 먼저 출발했다면 결실 또한 실속 있게 거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삶의 질 정책을 국가사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간 삶의 질 정책을 추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정책 구현에 많은 예산이 수반된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도는 지방비를 투여해 문화복지와 체육복지를 강화해 왔지만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한계에 봉착해 있다. 앞으로 생활밀착형 삶의 질 시설, 주민자치센터의 복합문화공간화, 동호회의 창작·연습공간인 시민예술촌, 장애인 전용 문화공간 조성 등이 국가사업으로 된다면 관련 인프라 구축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도민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 스스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현할 수 있는 여건과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철학자 아도르노는 "행복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행복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복은 하늘에서 내려주기도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노력해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전라북도가 만들어가는 삶의 질 정책은 바로 그런 도민행복 만들기다. 우리는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고 시설을 만들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출발했고 '작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작을수록 더 귀하고 오래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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