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布石

바둑에서 포석(布石)이란 앞으로 집을 차지하는 데 유리하도록 처음에 돌을 벌여 놓는 일이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도된 바둑알 하나에는 기사의 깊은 고뇌가 담겨 있다.

 

포석은 정치와 군사적 수사를 할 때도 즐겨 사용된다. 바둑이나 정치, 군사 모두 싸우고 경쟁해서 모종의 성과를 일궈내는 일이기는 매한가지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는 행위도 포석이다. 개성공단을 쟁점화한 것도 핵이나 미사일처럼 장래 유리한 이익을 얻기 위한 포석이다. 일본 아베총리가 극우 발언을 일삼는 것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일본의 무장을 대외에 공식화 하고자 하는 포석이다.

 

바둑은 건곤일척, 포석 한 점 때문에 전세가 크게 좌우된다. 정곡을 찌르는 회심의 돌 하나는 상대의 거대한 우주를 한순간에 파괴한다. 하지만 상대의 방어가 굳건하고 수가 오묘하면 잘 통하지 않을 때도 많다. 아무리 좋은 포석도 상대성이 있는 법이다. 공격자의 실력과 상대방의 허점이 만났을 때 포석의 진가가 발휘된다.

 

전라북도는 2005년 낡은 청사를 구도심에 남겨두고 새로 조성된 전주 서부신시가지에 신청사를 지어 이사했다. 성냥갑 모양의 이 18층짜리 빌딩(지상 18층, 지하 2층, 건축 연면적 8만5900㎡)은 사실 덩치만 컸지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호화청사' 낙인이 찍힌 뒤 정부 교부세 삭감 등 막대한 불이익을 불러온 골칫덩이다.

 

도청 이전을 앞두고 당시 예정지로 거론된 곳은 익산 삼기, 김제 백구 등이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전주 시내 잔류였다.

 

청사가 어디에 위치하느냐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바둑에서 생사를 거의 결정짓는 초반 포석처럼 의미심장하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개성을 버리고 북한산 아래 한강변에 수도를 정한 것이나, 세종시를 건설하는 것이나, 전북도청 입지를 정하는 문제나 그 경중이 크게 다를 것 없다.

 

요 몇 년 사이 전남도청은 무안으로, 충남도청은 홍성·예산의 내포신도시로 이전해 갔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발전에 발맞춘 전남과 충남의 자연스런 서진(西進) 포석이다.

 

20년 넘게 새만금사업에 목을 매고 있는 전북은 새만금지역을 동북아 중심 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만금은 이미 정치적 놀잇감으로 전락했다. 전북은 정부 여당의 눈치나 살피는 신세다. 전북도청이 새만금 한 가운데로 이전해 가서 시위라도 해야겠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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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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