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2007년부터 되풀이해온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 사실은 '눈 가리고 아웅식' 엉터리 조사에 근거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내각회의를 거쳐 가미 도모코(紙智子) 공산당 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질문에 대해 공식 답변서를 내놓았다.
가미 의원은 일본군 병사들이 중국 구이린(桂林)과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과 네덜란드 여성을 성폭행한 뒤 위안부로 삼았다는 진술을 담은 도쿄전범재판 증거 자료를 거론하며 "정부는 (1993년) 고노 담화 발표 전후에 이같은 문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문서는 일본 법무성이 보관하다가 1999년 국립공문서관에 넘긴 만큼 정부가 분명히 알고 있었을텐데 왜 아베 1차 내각이 2007년 3월 '정부가 발견한 자료중 군이나 관헌(官憲·관청)의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은 없었다'는 공식 견해를 발표했고, 그 후 줄곧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느냐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아베 내각은 공식 답변서에서 "이 문서들은 법무성에 보관돼 있었지만, 내각관방에는 없었다"며 "1993년 8월4일 조사결과 발표(고노담화)시까지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군이나 관헌의 강제연행을 나타내는 기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즉 일본 정부가 2007년부터 줄곧 강조해온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는 것은 일본 정부 전체가 아니라 내각관방이라는 특정 부서에, 그것도 고노담화를 발표할 때까지 자료가 없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답변서는 "사안의 성질상 고노담화 발표 후에도 새로운 자료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어서 관계 부처에 '내각관방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법무성이나 국립공문서관이 이같은 지시를 어기고 도쿄전범재판 증거 자료의 존재를 숨겼다는 의미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도쿄전범재판 증거 자료에 대해서는 "개별 문서를 취득한 시기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가미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궁색한 지경에 몰린 배경에는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강제연행 진상규명 네트워크'의 고바야시 히사토모(小林久公·71)씨는 일본 연구자들이 이미 2007년 4월에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전범재판 자료에 일본군의 강제연행 증거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는데도 일본 정부가 계속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내각관방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이곳에 보관중인 위안부 관련 자료에 도쿄전범재판 증거 자료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가미 의원에게 제보했다.
고바야시씨는 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베 총리가 다시 집권하는 바람에 위안부와 도쿄전범재판 등 공부하고 조사할 사항이 늘어났다며 "아베 내각이 엉터리 조사를 근거로 강제연행을 부인하려고 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작은 구멍을 뚫은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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