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화폐가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시대 왕들은 저마다 화폐 정책을 새로 세웠다. 지방재정과 화폐의 운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에 주전소를 두고 자체적으로 제작한 정책도 그중 하나다.
전라감영의 화폐제작과 관련해서는 세종과 숙종대의 주전소 설치 기록이 남아 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세종대의 '주전소 설치에 관한 행 호군 백환의 진언과 호조의 계'란 기록이다. '주전하는 곳을 널리 둘 것을 왕에게 보고하면서 전라도 내상에도 또한 주전소를 둘 것을 진언했고 그대로 따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료에도 불구하고 전주에서 화폐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역사전공자들조차 새롭게 받아들일 정도로 연구 작업은 미진했다.
전주의 화폐제조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10년 전, 고전(古錢)전문가 한영달씨의 화폐문화사 정리 작업에서다. 우리나라 옛 화폐의 백과사전이라 할만한 '한국의 고전(古錢)'을 펴내기 위해서만 10여년을 쏟은 저자는 수집한 동전 중에서 '全'자나 '全左' '全右' '全兵' 등의 글자가 남아 있는 동전을 주목했다. 전라감영에서 주조된 동전들이었다. 당시 전북일보를 통해 한 씨가 공개했던 동전은 조선통보(朝鮮通寶)와 상평통보(常平通寶). 종류로는 9종, 형태별로 세분하면 92종이었다. 남아있는 전체 물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양이지만, 당시 동전이 중앙관서 중심으로 제작됐던 것을 감안하면 전라감영에서 제작된 동전의 물량이 결코 적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 연구자들은 전주를 비롯한 전라도 일원이 물산이 풍부해 경제적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귀한 사료로 이 동전을 주목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더 이상의 연구 작업은 진전되지 않았다. 물론 유물 수집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사적 실체와 관련된 콘텐츠 부재는 역사적 의미를 훼손시키기 일쑤다. 전라감영 복원 이후가 벌써부터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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