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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오늘, 전통의 미래"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전통은 창조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그리움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조적 계승이 전제되지 않으면 전통은 곧 고루해진다. 어려웠던 옛날 일만 되뇌며 잔소리해대는 어르신들의 훈계처럼 따분해질 수 있다. 반복되는 비 오는 날 군대 축구얘기처럼!

 

옛날과 정서가 달라져서 만이 아니다. 같을 수도 없겠지만 같다하더라도 동어반복으로는 감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모방은 분명 창조의 바탕이 되지만 모방에 그쳐서는 문화도 예술도 살아남지 못한다. 아무리 멋진 비유라도 반복하면 관용구(클리셰)가 되고 그것이 바로 시의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느냐?"보다 "어떻게 의미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론 독창성만으로 감동을 연출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재해석이 보태져야만 전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진정성이 있어야만 과거를 끌어 미래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

 

20년 넘게 이 어려운 작업을 해온 무대가 있다.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전통문화가 서자 취급도 못 받던 시절, 숨어 있는 장인들을 무대에 올려 막혀가는 귀를 열고 쇠락해지는 감수성을 되살려준 은근과 끈기의 무대. 이번 스물두 번째 무대에서도 그 열정은 고스란히 확인되었다. 비교적 전통에 충실했던 전반부와 현대적 해석에 비중을 둔 후반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우리들 심금을 울린 것이다.

 

처음 위은영의 거문고산조와 박지윤의 판소리는 이 분야 연주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청중의 호응(추임새)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더디고 미온적이었다. 전주 특유의 텃세? 염려를 했는데 동남풍의 삼도풍물가락 연주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신명의 박수로 '혼을 담은 두드림'에 화답했다. 인색해서가 아니라 신중해서 그런 것임을 이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진 퓨전의 무대는 특히 새로운 한국음악 젊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특히 백은선과 안태상의 연주는 우리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케 해주었다. 같은 탄현악기로도 이런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감탄과 더불어 편곡과 작곡을 맡은 안태상의 가야금 악기에 대한 융숭깊은 이해와 해석에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소리꾼 이용선의 장기가 묻혀버린 마지막 무대가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렇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무대는 마무리되었다. 전통문화의 든든한 버팀목, 그 진정성과 열정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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