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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의 직인대학과 공방

전통문화도시로 이름난 일본 가나자와에는 특별한 대학과 공방이 있다. 장인을 배출하는 '직인대학'과 역량 있는 공예가를 키워내는 '우타츠야마 공예공방'이다. 전통 양식의 건축기법을 전승하는 직인대학에는 석공(石工), 와(瓦), 조원(造園), 판금(板金), 표구(表具)를 비롯한 9개 본과와 수리전공과가 있다. 수리전공과는 국가나 현 또는 시 지정 문화재를 맡아 수리할 수 있는 '문화재 건조물 기술'을 가르치는데, 본과 3년 과정을 수료해야만 다닐 수 있다. 수준 높은 건축기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커리큐럼을 갖추었다는 말일텐데, 연수생 대부분이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인 것을 보면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장인들의 전통양식에 대한 고민은 치열하다.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기술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인데, 그만큼 연구 성과도 크다.

 

'우타츠야마 공예공방'은 도예, 칠기, 염색, 금속, 유리 등 5개 공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나자와의 수준 높은 공예문화를 이어가는 공예기술 전수관이자, 전문 공예가를 양성하는 명문 연수 기관으로 이름이 높다. 이제는 오랜 역사와 풍요로움 속에서 전통 공예 기술을 발전시켜온 가나자와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공방의 성공 비결 역시 탄탄한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예술성과 창작성을 강조하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에 있다. 지난 89년 가나자와시 1백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이후 우타츠야마 공방은 주목받는 공예가들을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주목되는 것은 또 있다. 우타츠야마 공예공방의 콘셉트 '보여주고, 길러내고, 참여시키기'다. 전통 공예 역사와 작품을 언제나 보여줄 수 있는 전시실, 젊은 공예가들을 발굴·육성하는 연수관, 공예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창작과 체험실의 기능은 이러한 콘셉트를 철저하게 실현해낸다. 자연히 전통의 답습에 그치지 않고, 창조적 계승을 통해 현대와 미래와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직인대학과 우타츠야마 공방의 오늘은 '사람'을 주목한 가나자와 문화정책의 성과다. 우리지역 자치단체들도 문화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그 정책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문화시설 늘리기에만 집중되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어 추진한 문화정책의 실패사례가 이미 넘쳐나고 있는데도 현실은 그 뒤를 좇기 바쁘다. 이 대책없어 보이는 정책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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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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