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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안도현 시인이 절필을 선언했다.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했다. 유신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무법천지의 작금 사태에 절망과도 같은 분노를 느끼며 자신의 손과 발을 자르는 자해의 극한 선택을 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여론조작 댓글을 달았다. 여당은 선거국면 전환을 위해 그 국가기관과 공모 은밀하게 남북정상대화록을 활용했다. 그 국가기관은 또 이 범법행위들을 덮기 위해 대화록 자체를 공개하여 NLL 이슈로 여론을 호도하는 등 국기문란의 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하나하나가 정권의 정당성 자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탈법의 범죄행위들인데 이해 당사자이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국민들이 이 말도 안 되는 지지율로 (이것도 조작?) 화답하고 있다는 것! 민감한 시인이 아니더라도 절벽을 맞대한 느낌인데 시인의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영국의 한 시인은 시인을 "인정받지 못한 세상의 입법자"라 칭한 바 있다. 세상이 나아갈 길을 밝히지만 사람들이 잘 인정해주지는 않는, 세상에 빛을 가져다주려 하지만 빛을 싫어하는 세상으로부터는 배척당하기 십상인 존재로 시인을 그리고 있다. 동료 시인이 25살 나이에 죽은 것을 이런 이유로 안타까워했는데 그 자신도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만다.

 

시인을 지상으로 '추락한 천사'라 칭한 비슷한 시기의 미국시인도 세상에 버림받아 길에서 얼어 죽었다. 이름하여 '죽은 시인의 사회'! 시인에게 세상은 가시밭길이다. 절망의 늪이다.

 

이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식의 몸부림이 필요하다. 육신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희생의 제물이 필요하다. 제물도 제대로 된 제물이라야 효험이 있다. 시인이 내놓을 수 있는 값진 제물에 무엇이 있겠는가!

 

그래서 안타까워하면서도 시인의 선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아니 또 다른 형태의 이 절절한 시에 감응하여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세상사에 눈을 뜨고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절필 선언 자체가 세상의 청맹과니들을 향한 절규의 시이자 죽음의 유혹을 떨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 죽음과도 같은 절필의 기간이 하루 빨리 마감되는 것! 벌써 그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가 그립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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