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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도시의 몰락

미국 최대의 공업도시로 잘 알려진 디트로이트시는 소위 '자동차 도시'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가 자리 잡았고, 돈이 차고 넘치면서 도시는 활기가 넘쳤었다.

 

하지만 세상에 항상 잘 나가는 일은 없다. 주식시장에서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표현한다. 정치권에서는 '화무십일홍'이라고 경계한다.

 

디트로이트시는 지난 18일 185억 달러(21조 원)에 달하는 빚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디트로이트시의 빚 185억 달러는 과거 파산신청을 냈던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와 앨라배마주의 제퍼슨카운티를 크게 뛰어넘으면서 미국 지방정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빚으로 기록됐다.

 

디트로이트시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가 185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도시였다. 디트로이트시에 자리잡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기업들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고속 성장하였다. 당연히 시민들의 일자리는 넉넉했고, 높은 임금에 각종 복지 혜택도 좋았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메이커들의 독점적 지위에 금이 가면서 디트로이트시도 멍들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일본 자동차가 미국에 상륙했고, 수입 자동차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디트로이트의 일자리도 조금씩 타격을 입었다. 어려워진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서면 노동자 시민들은 저항했고, 호황기에 누렸던 복지 혜택을 양보하지 않았다. 파업이 잦아지고, 경쟁력은 서서히 떨어졌다.

 

기업을 둘러싼 분위기만이 아니었다. 디트로이트시정부는 부정부패로 얼룩졌고,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감옥에 갔다. 기업들이 술렁였고, 타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어갔다.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실업률은 높아졌고,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졌다.

 

강력사건이 증가하면서 급기야 디트로이트는 2010년 미국 제1의 위험도시에 선정됐다. 중산층 가구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면서 1950년대 185만 명이던 인구가 2010년 71만 명으로 줄었다.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세 납부율이 53%에 불과할 정도가 되면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얼마 전 군산 쉐보레 자동차가 신모델 생산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술렁거린 적이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교대근무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들 자동차 기업이 전북을 떠난다면? 화무십일홍, 디트로이트의 일만이 아니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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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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