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5 05:25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마에다 겐지 감독

일본의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마에다 겐지씨(78)는 내놓고 말하는 '친한(親韓)인사'다. 일본의 전통문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만 2백편 넘게 제작했지만 흥행과는 무관한 주제를 다루는 덕분에 그의 제작 환경은 늘 척박하다. 더구나 그의 영화들은 일본에서도 썩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업은 동아시아의 도래문화와 역사를 주목, 일본의 문화 뿌리가 곧 한국임을 증명해내고,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 잡는 연상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인 '백만인의 신세타령' 역시 일제 치하에서 강제 징용, 강제 노동, 정신대 등 한국인 피해자들의 한 맺힌 육성을 담은 영상기록이다. 상영시간만 2시간 25분에 이르는 이 대작을 만들기 위해 그는 7년이라는 세월을 꼬박 바쳤다. 일본의 우익 입장에서 보면 그는 매국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의연하다. 극우파들의 해코지가 가해질 것이 빤한데도 그는 이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마에다 감독이 이번에는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 여전히 어려운 제작 환경에서 또다시 나선 그의 용기와 의지가 놀랍다. 그는 이 영화 제작의 취지를 이렇게 말한다.

 

"동학농민혁명은 일본의 한반도 진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일본이 청일전쟁(1894∼95년)과 러일전쟁(1904∼05년)에서 승리하면서 조선 식민지화의 단초를 열었기 때문이다. 한국강제병합 100년의 뿌리가 된 동학농민혁명은 과연 무엇이었는가를 영상화해 동북아시아 뿐 아니라 온 세계 사람들에게 이 역사의 깊은 의미와 진실을 알리고 싶다."

 

마에다 감독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한국을 오가며 동학농민혁명의 현장을 답사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 기록영화에 담겨질 현장의 면면이다. 현지 촬영 계획을 보니 한국 전역과 북한, 중국, 일본 전 지역이 대상이다. 세상에 남은 모든 자료와 유품, 관계자와 후손, 지식인들의 증언을 수록하는 대장정이다. 이미 기초작업을 해놓은 덕분에 영화는 내년 7월에 촬영을 끝내고 10월쯤 발표할 계획이란다.

 

역사를 대하는 그의 열정을 대하면 '일본만큼 역사를 깊이 공부하는 나라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물론 문제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일삼는 일본의 역사왜곡일 것이다. 그래서 마에다 감독의 작업이 더 빛나 보인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는 내년, 우리는 일본인 감독의 큰 선물을 받게 된다. 그의 외로운 작업에 성원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원용 kimwy@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