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22:18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샤라포바의 개명

러시아 출신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26, 세계 랭킹 3위). 실력에 미모까지 갖추어 '테니스 여신'이란 별칭을 얻으며 주목을 모아온 샤라포바가 이번엔 개명(改名) 해프닝으로 화제가 됐다. 갑자기 이름을 바꾼다는 것도 관심사였지만, 하루 만에 다시 '이름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 번복은 이번 해프닝의 절정이었다. 그런데 이 개명 해프닝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정황이 읽혀진다. 샤라포바가 이름을 바꾸기로 했던 배경을 보면 더욱 그렇다.

 

샤라포바가 개명하려고 했던 이름은 '마리아 슈가포바'. '슈가포바'는 자신이 투자한 사탕회사의 브랜드다.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샤라포바가 메이저 마지막 대회인 'US오픈'에 슈가포바란 이름으로 출전하기 위해 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6일 개막하는 'US오픈' 기간 동안만 사용하고 다시 샤라포바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개명의 목적이 온전히 사탕회사의 홍보에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개명 계획은 하루 만에 철회됐다. 절차가 쉽지 않고 기존 후원사와의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란다. 개명은 불발됐지만 어쨌든 샤라포바 해프닝을 세계의 수많은 언론들이 뉴스로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엄청난 홍보 효과를 본 것이 있다. '슈가포바'다. 아마도 이번 해프닝이 아니었다면 이것이 샤라포바가 출자한 회사의 사탕 브랜드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슈가포바 사탕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이름 바꿔서 사탕 팔아요" 등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운 것을 보면 정작 개명을 하지 않고도 당초의 목적이었던 브랜드 홍보 효과는 톡톡히 본 것 같다.

 

이쯤 되니 한편에서는 샤라포바가 자신의 사탕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일부러 '개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이번 해프닝에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는 셈이다. 곧바로 이어진 샤라포바의'US오픈' 불참 발표는 이러한 정황을 부추기기에 족하다. 오른쪽 어깨 염증 때문이라지만 개명 해프닝을 둘러싼 일련의 행보와 구분 짓기엔 명쾌하지 않다.

 

2001년, 열네 살에 프로로 입문해 승승장구하면서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샤라포바는 올해 들어 유난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랭킹 3위까지 밀려난 것도 이 때문이지만 혹시 지나치게 상업적인 처세가 그 기운(?)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