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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관

나이 50이 넘은 중년들은 학창시절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던 추억이 있다. 시골 학교에서 읍내 영화관까지는 보통 7∼8㎞, 10㎞가 넘는 곳도 있다. 이런 먼 길을 2열 종대로 줄지어 산과 들판을 가로질러 갔다. 오솔길과 마실길로 전교생이 꼬리를 물고 이어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영화 보러 가는 날은 소풍 날처럼 들떴다. 주연배우와 영화 스토리는 두고두고 이야깃 거리가 됐다. 눈물 샘을 자극했던 리칭 주연의 홍콩 영화 '스잔나', 장대한 스케일의 서부활극 '치삼' '석양의 깽들', '벤허' 등 명화들이 많았다. 단체 영화관람은 무료로 도시문화를 접할 흔치 않은 기회였다.

 

당시 김제엔 영화관이 두곳이나 됐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 읍 단위 영화관 사정이 똑같다. 컬러 TV와 비디오 보급, 컴퓨터와 인터넷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이게도 귀농 귀촌인 등 농촌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은 문화시설 확대다.

 

전북에 살면서 가장 불만스러운 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경제낙후(34.6%)와 일자리부족(26.5%) 다음으로 문화복지시설 부족(17.4%)을 꼽았다. 30대 이상은 경제문제를, 20대는 문화를 우선시켰다. 새해 본지가 실시한 도민의식조사에 나타난 반응이다. 아무리 농촌 활력을 부르짖은들 문화 인프라가 형편 없다면 삶의 질은 곤두박질 치고 말 것이다.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시작된 '작은 영화관'이 요즘 각광받고 있다. 작은 영화관은 농촌지역도 도시처럼 개봉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가 지원해 만든 영화관이다. 영화관이 없는 김제 임실 무주 고창 완주 진안 순창 부안에 들어선다.

 

작은 영화관 전국 1호점인 김제 '지평선 시네마'가 내일(5일) 개관한다. 김제 검산동의 청소년극장을 리모델링해 34석과 65석 두개 상영관을 조성했다. 하루 5회씩 상영하며 관람료는 5000원이다. 김제시민이 전주까지 나가 영화를 관람하고 식사까지 한다면 대략 10만원이 드는데 이젠 2만원이면 족하게 됐다.

 

전북이 시작한 이 사업은 정부의 '문화융성을 위한 지역정책사업'에 뽑혔다. 앞으로 영화관이 없는 전국 109개 시군에 작은 영화관이 조성된다. 전북의 아이디어가 전국으로 뻗어나간 케이스다. 유진룡 문체부장관이 다양한 기획 상영전 개최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만큼 작은 영화관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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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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