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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의 노래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인간의 사랑을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 사랑 가득 차면 행여 남에게 넘칠까/ 다만 두려운 마음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돌아가고 싶어요." "인간의 봄날은 짧았습니다"로 시작되는 월궁미인 항아(姮娥, 혹은 嫦娥)의 눈물어린 탄식 한 부분이다.

 

그녀에 관한 전설은 중국 중추절(仲秋節)의 기원과 맞닿아 있다. 그녀의 남편은 백발백중의 신궁(神弓).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나타나 재앙이 심각해지자 그는 그 중 아홉을 활로 쏘아 떨어뜨린다. 그 공로로 그는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불로초(不老草)를 얻는다. 이 약을 먹으면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부인을 차마 버릴 수 없어 먹지 못하고 그녀에게 맡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한 불한당에게 이 귀한 약을 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한 입에 이 약을 털어 넣고 마는데…. 그러자 몸이 둥둥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한다. 남편이 마음에 걸린 항아는 인간세상과 가장 가까운 달에 가까스로 올라 선녀가 된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부인이 사라진 것을 알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밤길을 찾아 나선다. 그날따라 달이 유난히 밝았다. 그 달 안에 언뜻 항아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도 했다. 그리운 마음에 향을 피우고 그녀가 즐겨하던 음식을 그득 장만하여 제사를 지냈다. 그렇게 하여 중추절 제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해맑은 달을 대하며 어두운 생각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교(皎皎)한 달을 바라보며 칙칙한 음모를 꾸미는 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달을 자주 대하다 보면 "차고 이우는 달을 닮아/ 채움과 비움이 자유자재한 영혼으로/ 사는"(고진하 시) 그런 아름다운 삶을 꿈꾸게 된다. 그 교교함을 거울삼아 자신들 삶을 잠시나마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중추가절의 참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이른 새벽 홀로 앉아 향을 사르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경전을 펼치지 않아도 좋다." 해안(海眼)스님이 권하는 '멋을 아는 사람'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멋을 아는 아름다운 삶에 달 바라보기는 필수항목이다.

 

달빛이 특히 좋은 계절, 밝고 커다란 한가위 보름달 바라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려운 이웃도 살필 줄 아는, 풍요로운 사랑의 마음 되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금 명인 원장현의 '항아의 노래' 연주가 멋들어진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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