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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사교육 어디까지 왔나 (하) 선행학습 여전

상위권 학생은 토익·토플 등 스펙쌓기'올인'    학원측 "수도권 보다 정보 늦다"불안감 조성

#1.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A군은 지난해 겨울방학부터 수학공부에 매달렸다. A군은 학원에서 고등수학 진도를 나갔고 난이도 있는 경시대회용 문제 풀이를 위해 수학과외까지 추가했다. 자사고 상위권 내신의 '8할'은 수학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선행학습이 늦어 고전을 면치 못했던 도내 학생들과 달리 A군은 치밀한 준비 덕분에 전교 10등 안에 들 수 있었다고 했다.

 

#2. 중학생 1학년 B양은 영어 중간고사를 보고 걱정부터 앞섰다.

 

B양은 4년 넘게 학원을 다닌 터라 영어실력이 뒤지진 않았으나 정작 학교시험에선 80점 이하를 받곤 했다.

 

학교의 영어 중간고사 평균은 60~70점 대. 입시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오기 때문에 중학교 교과서 수준으로 시험문제를 내면 고득점자가 많을 것"이라면서 선생님들도 만점 받기가 힘들 정도로 까다로운 문제가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자사고와 일반고 진학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 두 사례는 선행학습의 양면을 보여준다.

 

전자는 선행학습으로 명문대 합격율을 높이는 꼴이 됐고, 후자는 선행학습으로 내신이 더 까다롭게 출제되는 불이익을 받게 됐다. 선행학습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대다수 학부모들이 내 아이만 뒤쳐질까봐 과도한 선행학습을 시킨 것이 화근임을 보여주는 예다.

 

'내 자식을 소위 명문대에 진학시키겠다'는 욕심을 앞세우는 학부모들은 '초등 영어-중학 수학-고등 내신'이라는 선행학습 공식을 맹종하고 있다는 게 학원가의 정설이다. 초등학교엔 고등영어까지, 중학교엔 고등수학까지 마친 뒤 고등학교엔 내신에 집중한다는 게 이른바 '선행학습 공식'의 실체다.

 

전주 서신동·중화산동·효자동 학원가의 분위기를 보면 이 같은 현실이 과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수학학원 원장은 "전국 2% 안에 드는 상위권 학생들은 2~3년 치 진도를 미리 나가는 반면 중위권 학생들은 평균 1년 치 분량을 미리 공부한다"면서 "그럼에도 전북이 수도권에 비해 입시 정보가 한참 늦다"고 했다.

 

영어 선행학습은 이미 유치원·영유아 어학원에서 시작되고 있다. 초·중·고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은 영어로 읽고 쓰고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수준별 수업으로 이어진다. 민사고·특목고·자사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토익·토플 준비반에서 일찌감치 스펙쌓기에 '올인'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선행학습이 과열된 것은 학교와 학원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학원가는 "공교육이 입시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일부 학원들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원성을 듣고 있다.

 

무너지는 공교육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학교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잠을 자도 다그칠 수 없을 만큼 교권이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행정업무를 대폭 줄여 수업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더 불안해진 학부모들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사이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권만 잃어버리고 있다.

 

도교육청이 학력신장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 학원들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며 설자리를 넓히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교육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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