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쑤신다. 몸살감기처럼 뼈마디가 욱신거리고 사지가 나른하다. 오랜 술모임의 후유증이 이렇게 나타나는가 했다. 손목부위에 벌레에 물린 자욱이 있는데 그 주변이 발갛게 부어오르고 겨드랑이에 몽우리가 잡힌다.
젊은 약사는 손목상처가 곪으면서 나타나는 증상 같단다. 소독이나 하고 온전하게 곪기를 기다려 짜는 게 좋겠다며 과산화수소만 권한다. 노곤한 통증을 잊기 위해 그날도 막걸리의 힘을 빌었다. 그 이튼 날도 욱신거림이 가시지 않아 귀한 손님 모시는 자리를 핑계로 또 점심반주를 챙겼다. 몸살기운은 더 심해질 뿐이다. 하지만 내일 중간고사 출제와 오늘 저녁 일정 때문에 병원을 찾을 틈이 없다. 병을 내세워 약속을 취소할 수도 있겠지만 두 달 넘게 집짓느라 애쓴 목수들을 위한 '쫑파티'라 여의치가 않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다. 서울 출장간 팀장목수가 참여가 불가하단다. 그래도 다른 팀원들은 기왕 잡힌 날이니 강행하자고 하더니 막 약속장소를 향해 출발하는데 연락이 왔다. 다른 목수 하나도 참여가 어렵단다. 그래서 병원을 찾을 틈을 얻게 되었다. 그 진단 결과가 쯔쯔가무시!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고, 정말 쉬고 싶었는데 병이 찾아온 것이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사방으로 일정 취소 통보를 해댄다. 의기양양하게! 이 병의 유명세 때문에 긴 변명은 필요치 않았는데 반응이 묘하다. "쯧쯧!" "호호!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오네요. 농사 두 번만 지으면…!?" 쯧쯧! 혀를 차기도 하고, 꼴에 농사는 무슨 농사? 무시하기도 하고. 그래서 쯔쯔가무시! 이런 병명이 생겼나 보다.
더 묘한 것은 약을 먹고 나니 그 쑤시던 삭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회복이 되는 것. 새벽녘 약기운이 떨어지자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약 복용하니 이내 다시 정상. 우리 몸이라는 게 참 별게 아니구나! 보지도 못한 진드기 유충, 그 보잘 것 없는 것에 물렸다고 열이 나고 몸살을 앓고 몽우리에 시달리는 등 요란을 다 떨더니, 작은 알약 세알 먹고 나니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간다.
진드기에 쯧쯧 혀 차이고, 알량한 알약 세 개에 무시당하고. 그래 나도 혀 차며 무시하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 알약 먼저 챙겨먹고 미리 사두었던 양파모를 무려 세 시간에 걸쳐 낸 것이다. 허기는 졌지만 몸은 괜찮다. 그래 쯧쯧 무시하면 되는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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