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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함께하는 길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이런 결심을 한 적이 있다. 혼자 땅을 벗 삼아 땀 흘릴 줄 아는 사람 무시하지 말자고. 이념이 다르고 인생관이 어긋나 함께 술까지는 나누지 못하더라도 나름의 진정성을 지니고 있으며 적어도 사기(詐欺)를 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혹 시와 음악을 줄길 줄 모른다 해도 좋다. 만에 하나 꽃과 나무를 아낄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용납하자! 했다. 남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 땅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아니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자고 마음을 다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거창하게 미구에 닥칠 식량위기에 대비하자는 것은 아니다.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처사(處士)를 꿈꾸는 것도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을 문명의 이기에 기대는 기생적 삶만은 조금이나마 극복해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혼자서도 오지게 잘 살고 있는 벗 박남준 시인의 삶을 흉내 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회가 빌려준 교수, 위원장 등의 직분에서 벗어나 홀로 서야 할 때를 대비하고 있을 수도 있겠고.

 

그런 '사회적 장식'을 털어낸 '존재의 제자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홀로 설 수 있다. 그렇게 의연하게 홀로 설 수 있어야 진정 '우리'로 함께 할 수 있다.

 

"진리는 홀로 있을 때 우리와 더 가까이 있다. 홀로 있음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절대 존재와 대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예배이다. 자주 자연 속에 들어가 혼자 지낸 본 사람이라면 홀로 있음 속에서 나날이 커져가는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것은 삶의 본질과 맞닿는 즐거움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권하신 법정스님이 인용한 인디언 현자의 말이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나 혼자 살 수는 없다.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변증법적 태도가 요구된다. 동아리로 화합하면서도 부화뇌동하지 않는, 이른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행동거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확실한 자기중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스님이 강조하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요구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자기 관리라 함은 세속적 판단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엄정에게 자기를 평가하고 반성할 줄 아는 의연함. 중용의 계신공구(戒愼恐懼)도 이를 강조하기 위한 말일 게다, (홀로 있을 때에도) 경계하고 삼가며 두려워하라!

 

오늘도 혼자서 낙엽을 쓸며 스스로 이런 다짐을 해보는 것이다. 당당히 함께하기 위하여!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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