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컨테이너가 진화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영역에서 발휘되고 있는 기능의 양상이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움직이는 건축물로서의 기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막 등 간이시설물로 컨테이너를 활용한 것은 꽤 오래 되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건축물의 소재로서 발휘하는 기능이 커지면서 우리 일상과 문화를 새롭게 바꾸어 놓고 있다.
버려진 재료를 재구성하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술가 배영환은 컨테이너를 이용한 도서관을 만들어 냈다. 당초 목재와 골판지로 만든 설계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 컨테이너로 탄생시킨 그의 도서관은 이동성이 용이해 '움직이는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10여 년 전부터 컨테이너 구조물을 연구해온 건축가 백지원은 '컨테이너 작가'란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컨테이너 건축을 선호한다. 국내외 화제를 모은 서울 논현동의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그의 작품이다. 28개의 군수용 카키색 컨테이너를 연결해 구조물을 만든 이 공간은 필요에 따라 내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비주류 문화의 상징으로 컨테이너를 주목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늘어나면서 공공미술프로젝트 등 예술작업에서도 컨테이너는 중심 소재가 됐다.
컨테이너 건축물은 물론 적은 예산과 이동 가능한 구조물로서의 기능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정육면체의 규격화된 틀이 갖는 한계 때문에 디자인적 요소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 컨테이너 작업을 해온 작가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건축디자인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한다.
눈여겨보면 근래 들어 농촌에도 컨테이너 주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법규가 완화된 덕분이다. 농막이나 간이시설물 정도로만 활용되면서 조금은 흉물스럽게 방치되었던 컨테이너가 제법 예쁜 건축물로 바뀌고 있으니 그 변신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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