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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으로 만나는 익산의 역사문물 ④ 백제의 궁성, 왕궁리 유적

왕·중앙행정기구 근거 首府 새겨진 기와 발견

▲ 익산 왕궁리유적 각종 도가니.

백제의 궁성유적인 왕궁리유적과 관련하여 1965~1966년 5층석탑에 대한 해체조사가 있은 이래 1976~1977년 궁성 일부와 금당지 시굴조사가 이루어진 바 있으며, 1989년부터는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유적은 동서로 뻗은 네 개의 석축이 공간을 구획하며, 그 주변은 궁장宮墻(담장)이 둘러져 있는데, 궁성의 크기는 대체로 남북 490m, 동서 240m 내외이다. 내부에서는 폭이 35m에 이르는 대형 건물지, 서북쪽 일대의 공방 관련 건물지, 화장실 등 33기의 다양한 건물지가 확인되었다. 궁성의 북쪽은 정원과 후원으로 활용되었다.

 

한편 무왕 사후 본격적으로 사찰 관련 건물이 들어섰는데, 5층석탑 일대가 이에 해당한다. 석탑-금당-강당이 남북 중심축선상에 배치되어 있으며, 관궁사(官宮寺), 대관궁사, 왕궁사 등의 명문이 있는 기와가 출토되었다. 특히 왕궁리유적에서는 수막새, 인장와(印章瓦) 등 백제의 수도인 사비에서 출토되는 것과 동일한 기와가 확인되었다. 수부(首府)가 새겨진 기와도 발견되었는데, 수부는 국왕이 거처하고 중앙행정기구가 있는 곳을 의미한다.

 

왕궁리 궁성의 후원은 네 번째 석축 동쪽 끝부분에 조성되었는데, 이곳에는 연못과 부속 건물이 들어섰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울러 연못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조시설이 있으며, 이 밖에도 연못으로 들어오는 물의 양을 조절하기 위한 배수시설과 연못을 통과한 물을 모으는 집수시설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왕궁리 궁성 서북편에서는 3곳의 대형 화장실이 확인되었는데, 삼국시대 유적 가운데 최초로 발견된 것이다. 그 중 하나는 길이가 10.8m, 폭이 1.7~1.8m, 깊이가 3.4m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규모를 보인다. 화장실의 내부에는 나무 기둥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웠으며, 변이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지하수로 침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벽면에 점토를 덧발랐다. 화장실과 석축 배수로는 좁은 수로로 연결되어 있어, 화장실 내부에 일정량의 오수가 차면 수로로 배출되는 구조이다.

▲ 왕궁리 오층석탑 출토 사리병과 사리내함.

왕궁리유적에서는 궁성에서 사용되는 도구 등을 제작하기 위한 공방터도 확인되었다. 공방터에서는 연꽃모양의 구슬과 영락 등의 금제품, 동, 유리 조각 및 찌꺼기 이 외에도 이를 만들 때 사용하던 도가니, 숫돌 등이 함께 발견되었다.

 

무왕 사후 조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은 궁성 남측 대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초기 사찰은 남북 중심축선상에 목탑-금당-강당이 차례로 배치되었다. 이 사찰터에서는 삼국시대 백제의 유물부터 통일신라시대 후기 유물까지 확인되는데, 사찰과 인접한 다른 건물터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이 거의 출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한편 이 사찰터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왕궁리 오층석탑의 조성시기에 대해서는 백제, 통일신라, 고려 초 등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다. 왕궁리 오층석탑 안에 봉안된 사리갖춤 역시 석탑의 조성시기만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석탑의 경우, 통일신라의 가구식 단층기단과 백제 석탑의 평평하고 얇은 옥개석이 결합된 것으로 보아, 후백제 견훤에 의해서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 석탑의 1층 옥개석 중앙 적심에 뚫린 2개의 네모난 사리공과 기단 내부 방형 심초석에 ‘品품’자로 뚫린 3개의 방형 사리공에서 다양한 사리갖춤이 발견되었다. 1층 옥개석의 사리갖춤은 진신사리와 법신사리를 함께 봉안한 유일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유리제사리병과 금제사리내함은 기법과 무늬가 2009년 발견된 미륵사지 서탑 사리갖춤과 유사하여 백제 때 제작된 것을 후백제 견훤이 재봉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 진정환(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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