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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차마요의 한국인 시장

‘찬차마요’는 페루의 작은 도시 이름이다. 인구 20만 명이 안 되는 이 도시는 커피 산지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근래 들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찬차마요의 한국인 시장 이야기가 전해진 덕분이다. 100여년 남미 이민역사에서 한국인 시장의 등장은 우선 낯설다. ‘애니깽’으로 상징되는 애환의 이민사로 보면 더욱 그렇다. 이민사업가 정흥원(마리오 정)씨가 이 낯선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는 2010년 이민 한인으로서 시장에 당선됐다. 그것도 3선을 치른 현직 시장의 4선 도전을 물리친 결과였다. 찬차마요의 주민들이 왜 그를 선택했는지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 시장은 1986년 한국을 떠났다. 첫 이민지는 아르헨티나였지만 10년 뒤 페루로 이주했다. 수도 리마에서 다시 찬차마요로 옮겨간 그는 생수사업과 식당을 운영했다. 당시 찬차마요는 빈곤의 도시였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하루 1천원도 안 되는 생계비로 살아가는 절박한 상황을 보면서 그는 한국을 떠나올 때의 고향을 떠올렸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주민들을 돕기 시작했다. 집을 잃은 이재민에게,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가난한 아이들에게 그의 손길이 미쳤다. ‘빈자의 대부’라는 별칭이 그 앞에 놓였다. 개인적인 신뢰와 외국인 정치인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은 페루 국민들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은 기꺼이 그를 선택하게 했다.

 

그가 시장이 된 후 찬차마요는 크게 변했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인사청탁과 뇌물이 없어지고 공무원들의 특권의식도 자취를 감추었다. 시장의 의지에 시민들은 신뢰로 답했으며 중앙정부는 찬차마요의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는 청소년들의 환경을 주목해 커피 농사로 하루의 대부분을 농장에서 보내는 가난한 부모 대신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과 정책을 만들어냈다. 임기동안 월급을 받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쓰겠다는 약속을 성실하게 실천해온 것이다.

 

찬차마요 주민들에게 시장 ‘마리오 정’은 오랜 소망을 실현해주는 해결사다. 도로가 만들어지고 상수도 시설이 해결되었으며,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벗어날 대형병원 건립도 눈앞에 두고 있다. 개인적 이익을 버리고 ‘남을 위해 사는 길’을 찾아온 정시장의 선택과 실천의 결실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출마 후보들의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선거는 신뢰를 주고 얻는 일이다. 당연히 앞뒤 짚어보아야 할 일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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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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