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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사납다'는 발언

막말은 ‘막돼 먹은 말’의 줄임 말이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하는 것이 막말이다. 국립국어원의 정의다. 막말은 이제 하나의 언어현상이 돼버렸다. 공공영역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막말은 욕설과는 다르다. 욕설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인데 비해 막말은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을 해하려는 의도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전북도교육청 박일관 장학사의 ‘꼴 사납다’는 발언을 놓고 막말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8일 전북도교육청이 독일의 한 수석교사를 초청한 특강 행사에서 사회를 봤던 박 장학사가 “외국인을 연단에 모셔 놓고 우리끼리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은 좀 꼴 사납겠죠?”라고 한 발언이다.

 

그런데 이 발언을 두고 “일개 장학사가 국기를 모독했다”며 일부 집단과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다. 꼴 사납다는 말이 막말로 비칠 수는 있다. 꼴은 모양새를 뜻한다. 모양새가 좋지 않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생략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실제로 특강이나 세미나 등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기 모독으로 여론몰이 하면서 전교조 출신 전력과 진보 교육감까지 연계시키고 나설 일은 아니다. 그런 행태는 부분을 전체로 확대한 이른바 환원주의의 오류다.

 

논란이 일자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는 참석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연수회인 만큼 시간 관계상 국민의례는 생략하겠습니다. (독일인 수석교사가 이미 연단에 오른 상태이므로) ‘외국인을 연단에 모셔 놓고 우리끼리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은 좀 꼴 사납겠죠’라며 농담조로 청중에게 물은 것”, “500여명이 모인 어수선한 강연장 분위기에서 박 장학사의 발언은 청중들 사이에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로 강사가 특강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 주었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다. 전후 상황을 싹둑 잘라버리고 한 토막만 갖고 자의적으로 보도, 해석한다면 진실이 왜곡되기 십상이다. 최근 논란이 된 박창신 신부의 강론도 그러한 예다. 언론이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지는 못할 망정 창작된 현실을 생산하는데 일조해서는 곤란하다. 그에 앞서 막말은 언론을 통한 확산이 위협적이기 때문에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면 신중해야 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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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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