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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다녀간 '얼굴 없는 천사'

노송동 기념비 앞에 4924만여원 두고가 / 14년째 익명으로 3억 5000여만원 기부

▲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4년째 남모르게 선행을 배풀어온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가 올해도 빠짐없이 30일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성금을 기탁한 가운데 주민센터 직원들이 성금을 세고 있다. 추성수 기자

“수년째 찾아오는 이름 없는 천사, 당신을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해마다 익명으로 성금을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다.

 

얼굴 없는 천사의 방문은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올해로 14년째(횟수는 15번째)다. ‘얼굴 없는 천사’는 이번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해도 천사가 왔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건 30일 오전 11시 15분께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벨이 울리면서다.

 

수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말을 이어간 천사는‘얼굴 없는 천사비 옆에 현금이 든 종이상자와 돼지 저금통을 놓고 가니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는 짤막한 말만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성금이 놓여 있던 ‘얼굴 없는 천사 비’는 전주시와 노송동 주민들이 천사의 뜻을 기리고자 세운 기념비다. 송하진 전주시장이 직접 붓글씨로 쓴‘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직원들이 주민센터 모퉁이에 있는 천사 비로 갔더니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 안에는 5만원권·1만원권 지폐와 100원짜리 동전 등 모두 4924만 6640원이 있었다.

 

또 상자 속 A4 용지에는 큼지막하게 “소년 소녀 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라고 적힌 메모가 함께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13년간 찾아왔던 그 ‘얼굴 없는 천사’로 확신했다.

 

그는 성탄절을 전후해서 해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지금까지 모두 3억5000여 만원에 가까운 거액을 기부했다.

 

‘혹여 올해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생긴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왔었다.

 

그러나 2014년 새해를 이틀 앞두고 나타난 천사 소식에 시민은 반색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은 주민센터를 방문해 기쁨을 함께 나눴다.

 

43년째 노송동에서 산 주민 최갑례(63)씨는 “노송동은 전주에서도 어려운 이웃이 많은 동네다 보니 연말이면 쓸쓸함이 더하는데, 천사가 오면서부터는 동네 전체가 밝아지고 있다”며 “매년 천사를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올해도 오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든든하면서도 잘 계시는구나 하는 안도감도 함께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남몰래 선행하는 천사를 꼭 한번 안아주고 싶은 이 마음을 전해 달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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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네 nane0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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