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16:02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천인갈채상' 풍속도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당신이 산 시디 한 장이 〈보아〉를 아시아의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공익광고 문구다. 문화의 꽃이 작은 사랑의 집적을 통해 피어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독려.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 티끌 모아 태산, 작은 정성이 모여 큰일을 낼 수 있다!

 

지난 금요일 저녁, 전주한옥마을 한 편에서는 이런 ‘기적’이 연출되고 있었다. 천년전주사랑모임에서 추진하고 있는 ‘천인갈채상’ 시상식. 천명이 만원씩 천만원을 만들어 이 지역에서 2013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문화예술인 두 명에게 오백만원씩을 지원하는 행사.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것으로, 이번에는 타악연주단 ‘동남풍’을 이끌고 있는 조상훈씨와 알찬 전시를 바지런하게 꾸려온 이일순 전북대학교 강사가 수상했다.

 

천인의 갈채, 천명이 만원씩! 뜻도 좋고 말은 쉽지만 막상 실천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만원 한 장 얻어내기 위해 구구한 설명을 해야 하는 일도 번거롭지만 이해관계로 얽힌 세상에서 적은 액수라도 신세를 진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신세를 질 바에야 크게 하고 싶고 내 자신의 이해득실과 직접 관련된 것이기를 바라는 욕심도 말 꺼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회의석상에서는 누구나 찬성하고 결의를 다지지만 실제 돈을 모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의 무관심도 힘이 빠지게 하기는 마찬가지. 기자들이야 바쁘기로 소문난 사람들, 보도자료 챙겨주지 않으면 기사쓰기를 꺼려할 뿐 아니라 유명자한 자리 아니면 결코 ‘발로 뛰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시상식에도 월간지 기자 단 한명만이 행사의 체면을 겨우 세워주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상식은 천인의 갈채답게 훈훈하게 진행되었다. 상패는 김종연 장인이 합죽선 모양으로 만들었다. 박수 보내는 느낌이 나도록 느티나무의 결을 제대로 살려 제작했다. 이전 수상자들의 축하응원도 보태졌다. 대금연주자 이항윤씨는 조상훈씨의 장구반주에 맞춰 팔도 아리랑으로 흥을 돋우었고 시인 박성우씨는 자신의 시집 선물로 모든 참석자를 격려해 주었다.

 

해가 거듭되면 이 수상자들끼리의 연대가 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터전이 되겠구나, 잔치마당을 뒷정리하는데 속절없는 속웃음을 주체할 수 없다. 그렇게 한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시 만원 모으러 나간다! 춘삼월 제비 몰러 나가는 가락으로 읊조려 보는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