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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화에 길들여진 사회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역시 삼성이다! 갤럭시, 애니카, SM5, 삼성카드, 삼성병원까지, 많은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 맨 윗자리를 항상 차지하고 있다. 삼성에 취업만 해도 축하주를 사야하고 그 친인척들마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운동도 최고다. 야구팀은 30년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3년 연승, 자매 배구팀은 6년 연속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고위 관리들도 퇴임하고 삼성에 가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안다.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에 의하면 학자, 법조인 심지어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많은 ‘삼성장학생’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니 ‘삼성총장추천제’는 오만함이나 판단착오의 산물이 아니다. ‘삼성고시’라 불리는 SSAT에 10만 명 이상이 몰리는 과열현상을 해소하고 학벌이나 스펙에 연연하지 않는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명분으로 이 제도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역시 삼성이구나!’ 하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별 할당인원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지역차별, 성차별이라며 호남지역 대학들과 여대들이 먼저 반발했다. 대학서열화 혹은 대학 줄 세우기 등의 비난들이 그 뒤를 이었다. 1차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것이라며 의미축소의 해(변)명을 해봤지만 이미 기울기 시작한 여론의 방향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해프닝이다. 대학서열화가 어제오늘일인가? 수험생들은 물론 학부형들도 대학의 서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소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없는) 영혼까지 팔겠다는 기세 아닌가? 서열을 높이기 위해 대학들은 또 얼마나 큰 희생을 감수하며 몸부림하고 있는가? 대학 줄 세우기도 마찬가지. 평가를 명목으로 대학들을 압박하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부의 핵심 정책방향도 바로 대학 줄 세우기이다. 그 끝에 총장직선제 폐지가 있다!

 

이번 삼성 발표로 기존의 평가보다 서열이 개선됐어도 대학에서 반발을 했을까? 취향이나 역량과 관계없이 직업을 서열화하는 사회, 개인의 감성이나 은밀한 영혼과 관련된 배우자감까지 등수를 매기는 사회, 검색어 순위조차에 목을 매는 사회. 삼성은 이런 뿌리 깊은 서열화 문화에 편승했을 뿐이다.

 

더욱 오싹한 것은 삼성의 의연함이요 우리들의 호들갑이다. 서열화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삼성의 음밀한 촉수는 언제든 되살아날 것이다. 대학 뿐 아니라 우리들 모두를 줄 세우기 위하여!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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