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배고프지…" 우유, 과자, 양말, 핫팩 건네주고픈 부모들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못난 엄마를 용서하지 마라." 아들이 아직 차디찬 바닷속에 있다는 어머니는 통곡했다.
아들의 따뜻한 얼굴을 어루만져본 지 보름이 넘었다.
아침에는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자원봉사자가 "이렇게 안 드시면 쓰러진다"고 식사를 권했다.
국 한 그릇에 기어코 눈물을 쏟아냈다.
몇 숟가락을 꾸역꾸역밀어 넣었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자신이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이젠 아들의 얼굴을 알아볼자신이 없다.
이런 자신이 밉다고 했다.
수학여행 갈 때 용돈을 넉넉하게 쥐여주지 못한 게 한으로 남을 것 같다.
그토록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흘릴 눈물이 아직도 남아 있다.
가슴 한켠에서는 울분이 터질듯하지만 어디다 토해낼 곳이 없다.
어머니는 오늘도 남편 모르게 팽목항 오른쪽에 있는 등대로 가 쏟아도 쏟아도 끝이 없는 눈물을 또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7일째인 2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의 모습이다.
팽목항에서도 등대가 자리 잡은 곳은 통곡과 절규, 울분을 토해내는 공간으로 변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보지 않고 통곡하고 울분을 쏟아낼 수있는 곳이다.
현장을 지키는 경찰관은 "가족들이 날이 어두워지면 등대로 와 혼자 울면서 슬픔을 토해내고 있다"면서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고 있지만 가슴 속으로 함께 운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을 하염없이 어루만졌다.
새봄의 상징인 노란 빛깔이지만 리본에 새겨진 것은 응축된 슬픔이다.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도 팽목항 한쪽에 마련됐다.
가로 3m·세로 50㎝ 크기의 제단에는 바닷속에서 춥고 배고팠을 아이들을 위해 간식이 놓였다.
우유와 치킨, 바나나, 콜라, 과자에다 추운 데서 떨고 있을 자식들을 생각한 듯양말, 핫팩 등등까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팽목항의 끝 자락에서 쪼그려 앉아 우유를 뿌렸다.
춥고 배고플 아이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불교 신자인 실종자 가족이나 자원봉사자들도 이곳을 찾아 사고 해역 쪽을 바라보며 실종자 귀환을 기도했다.
슬픈 기다림은 언제나 끝날까. 실종자 가족들은 마를 것 같지만, 결코 마르지 않은 눈물을 쏟아내며 또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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