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컸던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없던 일이 됐다.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무엇보다 향후 총선과 대선까지 미칠 세력 약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양당통합의 명분으로까지 내세웠던 약속을 번복한 가장 큰 이유가 선거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정치권의 줄세우기 등 온갖 폐해가 우려돼도 결국 정당의 세력 약화를 초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정당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정당간 세력 균형이다. 개별 정당 입장에서는 세력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특정 정당의 세력이 너무 성하면 독과점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전북은 특정 정당 독점 상황이 3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594명이다. 정당과 상관없는 교육감 후보 4명을 뺀 590명 가운데 정당별 등록 후보수는 새정치민주연합 249명, 새누리당 21명, 통합진보당 18명, 정의당 12명, 노동당 7명이다. 나머지 283명은 무소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세력이 주류인 전북에서 무소속 후보가 가장 많은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무소속 후보들이 연합, 새정연 후보들과 양강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같은 현상은 새정연의 공천 과정이 혼탁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민주당과 안철수 양 세력이 합쳐 공천을 진행하면서 패거리 정치가 재연됐고, 결국 공천에 불만을 품은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를 양산했다.
여당이자 집권당인 새누리당 후보는 도지사 등 21명에 불과하고, 무소속이 283명에 달하는 전북의 지방선거판은 확실히 문제 있다.
전북에서 대의민주주의는 반신불수가 된지 오래다. 중국 통일 일등공신인 진나라 재상 이사는 외국인 축객령이 내려졌을 때 “태산은 한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크기를 이룰 수 있고, 왕은 어떠한 사람도 거부하지 않아야 그 덕을 밝힐 수 있다”고 왕을 설득했다. 진나라 왕 정은 이사의 간을 받아들여 외국인 추방령을 거둬들였고, 결국 중국 통일을 이뤘다. 이사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었다.
곪은 곳이야 가차없이 도려내야 하겠지만, 무릇 정치란 덧셈이 돼야 한다. 버리는 정치가 고착화된 전북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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