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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예의 고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창조’가 화두가 된 문화의 시대, 도시의 창조성을 발현해낼 수 있는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덕분이다. ‘오래되고 낡은 것’으로 치부돼 방치되어왔던 전통문화 유산이 고유한 독자성과 독창성으로 가치를 얻으면서 ‘창조’의 뿌리가 되고 원형이 되는 현실은 흥미롭다. 실제로 낡고 오래된 전통문화 유산으로부터 아이템을 발굴해 활용하고 그것을 좋은 디자인이나 창조적 과학의 산물과 융합해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산업이 창출되어 도시 발전의 동력이 되는 예는 얼마든지 많다.

 

창조적 영역에 먼저 뛰어든 유럽에서는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생산해온 전통 수공예를 주목해 ‘협업’으로 소통하며 그 가치를 확산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독일 디자이너들이 중심이 된 ‘글로벌:로컬(Global:Local)프로젝트’도 그중의 하나다. 독일디자이너 클럽(DDC)이 벌이고 있는 이 프로젝트의 구체적 실천으로 주목받는 것은 일본의 지역 가구협동조합과의 공동작업이다. 사실 일본의 전통공예는 유럽권의 이름난 디자이너들의 관심 영역이 된지 오래다. 그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전통공예를 마을단위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그들이 지역성과 공예의 가치를 실현해내는 방식이 주목의 대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전통공예, 특히 지역성에 가치를 둔 공예는 힘을 잃은지 오래다. 분야에 따라서는 맥이 단절되어 그것의 부활을 기대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근래들어 지역공예를 살리기 위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장점이 많다. 장인들은 자기만의 고유하고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지만 동시대 감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숙련된 기술은 있으나 시대를 읽는 감각이 부족한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우성 결합’의 결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전통공예의 부활은 여전히 과제가 많다. 전통공예가 지닌 수공예적 가치와 산업화를 내세운 규모의 가치 충돌이 그것이다. 수공예적인 과정을 포기할 수 없는 전통공예가 산업화를 앞세워 과정을 기계화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수공예품이 아니라 기계제품이 된다. 반면 이 수공예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애시애초 대량생산이나 산업화는 불가능하게 된다.

 

잃어버렸던 가치를 아쉬워하면서도 여전히 속도와 규모, 효율을 내세우는 산업화 시대. 전통공예 부활은 그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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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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