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우리가 극복해야할 조선의 말폐

'상전-노비' 노사관계 기회주의 만연한 사회 이제 반드시 청산해야

▲ 문경득 전주대 사학과 박사과정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 조선시대를 비난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 사람들이 근거로 드는 것은 사실 조선의 말폐(末弊)이다. 여기서 말폐란 ‘말기의 폐단’을 가리킨다. 즉, 그들이 비난하는 조선은 이미 거의 망해가던 시절의 악습에 가깝다.

 

조선이 신라나 고려처럼 오류와 모순을 극복하려 시도한 후속 국가에 의해 대체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단계에 접어든 일본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했기 때문에 스스로 말폐를 청산할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그 이후의 광복이나 분단, 대한민국의 수립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라는 세계사적 구조에서 주어진 것들로, 우리의 선택이나 노력과는 별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극복되어야 할 말폐가 여전히 잔존할 수 있었다. 때문에 아마 구석구석 많은 말폐들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만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 말폐는 상전-노비 관계를 연상하게 하는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노비제도는 공노비 해방(1801년)과 사노비 해방(1894)을 거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러한 노비해방은 쟁취의 결과가 아니라, 위로부터의 개혁에 의해 주어진 것이었다. 여전히 고용주는 노동자를 자기가 소유한 노비처럼 다룬다. 즉, 우리나라의 노동자는 노동력을 팔아 연명하지만, 근대적 노동자와 전근대적인 노비 사이의 어느 지점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노동력’은 상품이고, 상품을 거래하는 두 주체는 기본적으로 서로 대등하다. 따라서 고용주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구입한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의 시간과 그 시간동안의 인력만 구입한 것이지, 그 사람 자체를 소유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1970년 전태일 이후로 40여 년간 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불사르며 자신의 온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워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기득권층은 반공이란 명분으로 그들의 정당한 투쟁마저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며 억압하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의 삶은 여전히 노비처럼 고단하다.

 

두 번째 말폐는 자신의 안위와 이익만을 탐하는 기회주의의 만연이다. 조선 후기의 혼란한 시대상황에서 관리가 되려면 세도(勢道)를 장악한 집안에 줄을 대고 뇌물을 바쳐야만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백성을 착취하며 자신의 손해를 벌충하였다. 동학농민혁명의 원인이 된 고부군수 조병갑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이후 외세의 침략에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이완용 같은 기회주의자들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고 말았다. 그런 친일 반역자들과 그의 후손들은 그 뒤에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식민지 근대화론 등을 도입하며 자신들의 죄악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아마 제대로 조선이 망하고 새로운 국가가 세워졌더라면, 이러한 기회주의자들은 모두 청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배우는 것은 기회주의자들의 미덕이다. 그것에 저항하는 자들은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혀 ‘낙오자’가 되고 만다. 여기에는 여러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말폐들을 쉽게 극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들이 영원불멸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비가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기우제는 반드시 성공하는 것처럼, 말폐들을 청산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문학·출판전북작가회의, ‘불꽃문학상’ 황보윤·‘작가의 눈 작품상’ 박복영

자치·의회말 많고 탈 많던 전북도 서울장학숙 관장 재공모 끝에 강길동 씨 내정

전주전국 서점 폐업 추세…전주 지역서점은 증가

사람들이마트 전주점, 완산·덕진구 100세대에 식료품·생필품 키트 전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②‘V10 주역’ 전북현대 스타들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