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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크로스

‘거악 척결’은 대한민국 검찰이 부르짖는 대표 구호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각 기관에서 뛰는 사법경찰관리들이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덕분에 사회 곳곳에 도사린 독버섯들의 성장이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의 지식과 정보기술(IT) 수준 등이 높아지면서 범죄는 지능화되고, 대범해지고 있다.

 

지난 주 종영한 방송 드라마 ‘골든 크로스’는 우리 사회의 거악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전 경제부총리,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부장검사 출신의 대형로펌 대표 변호사, 글로벌 투기자본 대표 등이 등장,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재경부 간부가 투기자본으로부터 성상납을 받고, 성상납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 여성의 아버지를 친딸 살해범으로 뒤집어 씌운다. 의혹을 파헤치는 여성의 오빠를 살해 암매장을 기도한다. 이런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교도소 등 대한민국 사회의 주요 조직에 독버섯처럼 박혀있는 골든 크로스 회원과 그 끄나풀들이 등장, 이들의 범죄를 돕는다.

 

골든 크로스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선정적 재미만을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골든 크로스같은 기사를 수없이 접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하천 가동보 비리사건을 수사한 전북경찰은 한 달 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18명을 형사입건했다는 내용이었다. 몸통은 없고, 깃털만 뽑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첫 재판부터 점입가경이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은 지난 24일 남원시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특정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의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가동보 피고인 2명에 대해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1억∼1억28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이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피고인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그리고 공갈죄는 중범죄다. 게다가 이 사건의 주범 쪽에 속하는 가동보업체 간부, 그리고 전북도청의 담당 간부공무원이 자살했다. 관련자 보호를 위해 자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동보 비리사건은 골든 크로스 마피아 흔적이 역력하다. 경찰과 검찰, 사법부는 갓끈과 신발끈을 아무곳에서나 고쳐매면 안된다. 수사권, 기소권, 판결권을 가진 곳에서 거악을 제대로 척결해야 국민이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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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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