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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의 급격한 상업화, 요즘 문화예술 관련 토론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두다. 전통문화도시조성사업의 핵심이었던 한옥마을에 (전통)문화는 사라지고 돈벌이 장사 속만 판을 치고 있다는 염려에서이다. 전통찻집이 카페로, 공방이 음식점으로 바뀌어가고 문화예술인들이 내몰리는 세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을 그 태생적 한계(?)에서 찾기도 한다. 애초 한옥마을 활성화사업은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시작된다. 전주에 월드컵경기장이 생기면서 그로 인한 관광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국제행사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도 예상할 수 있는데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전주다운 것을 찾다보니 한옥마을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가장 상업적인 스포츠행사를 위해 비상업적인, 아니 민원이 끊이질 않던 슬럼가 전통마을이 지목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발상의 전환이 통했다는 것. 태조로가 정비되고 공예품전시관과 한옥생활체험관을 세우는 등 몇몇 부분에 손을 댔을 뿐인데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4년 7월 1일 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출범하면서 이런 성과를 토대로 전통문화도시조성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문제는 이곳의 눈부신 성장이 여타 사업들을 무력화하는데 크게 작용했다는 점. 5대 핵심전략인 전통문화체험교육중심도시 사업은 한옥마을에 3대 문화관을 짓는 것으로 축소된다. 한스타일의 허브가 되겠다는 꿈도 그 센터가 한옥마을이 있지 않아서인지 밀려나 건물만 덜렁 허한 바람만 맞고 있다. 문화관광부도 전주시도 천덕꾸러기 취급이다.

 

상업화의 핵심은 취사선택, 혹은 선택과 집중. 돈 되는 것에만 주력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린다. 그 근본 정체성까지 포기할 수 있다. 돈만 된다면 예의나 금도도 귀찮고 문화마저 번잡한 사치일 뿐이다. 월드컵에서 스포츠정신은 나무에서 구하는 물고기 꼴이다. 한옥마을에서 (전통)문화를 찾는 것과 같다. 관광의 돈벌이만 있을 뿐 그 핵심동력이었던 문화예술은 이제 먼 나라 얘기가 되고 말았다.

 

주목할 일은 이 마을이 겪은 부침의 역사. 한때 전주 양반들이 모여 살던 이 품격의 문화마을은 편리함만 쫓는 아파트 중심의 시류에 밀려 슬럼가로 급전직하한 아픈 전력을 갖고 있다. 돈만 쫓다보면 또 비슷한 수모를 겪을 수 있다. 문화를 버리면 관광은 그야말로 한여름 밤의 꿈이 된다. 정녕 추스를 일이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의 좌절감만이 아니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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