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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전북브랜드공연 '춘향'] 원전 춘향전 철저히 분석, 현대적 재해석했어야

   
▲ 조시돈 전북영화비평포럼 회원
 

지난달 27일 전북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전북브랜드공연으로 막을 올린 뮤지컬 ‘춘향’은 기대와 달리 실망만 주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 그 어느 부분도 브랜드 공연이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다. 배우들의 의상 쇼는 화려하였으나 이미 높아진 관객의 눈에는 큰 의미가 없었고, 한 번의 눈속임에 지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공연의 내용인데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자산 춘향전을 가지고 이 정도 수준의 공연으로 풀어낸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애초의 의도가 남원의 자산 춘향전을 이 시대의 명품 공연으로 부활시키고자 하였다면 원전의 내용들을 좀 더 철저히 분석하고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어야 할 일이다. 원전에 대한 깊은 분석과 성찰 속에서 원전 춘향전이 이 시대의 사회상을 담은 새로운 작품으로 각색될 것이고 관객은 깊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러한 각고의 고민과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저 화려한 의상쇼와 춤사위, 절규담은 노래 소리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에 불과했다.

 

관객과의 소통도 문제였다. 관객과의 소통은 매번 애매한 시도에 그쳤고 합죽선에 박수라는 글자처럼 억지춘향이었다. 농부가는 춘향전에서 창자와 객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백미중의 백미이련만 무대와 객석이 어우러질 이런 귀중한 기회조차도 공연에서 녹여내지 못하는 창작자의 안이한 작품 해석을 그저 나무랄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과 조연들의 연기도 주와 부가 분명해야 했으며 긴장과 이완이 적절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그런 구분이 애매했고, 주객이 전도된 것이 변학도와 육방들의 무대는 파워풀하고 풍자가 즐비한 반면 오히려 주인공인 춘향과 이도령, 월매의 공연은 지루하고 분명하지 못한 발성소리로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없었다.

 

춘향전에서 암행어사 출두 대목은 갈등이 최고 정점에 치달아 올랐다가 연기자들의 모든 역량이 다 끌어 모아져 한꺼번에 찬란하게 폭발시켜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포졸 서넛이 어수선한 동선을 따라 이리 질주 저리 질주하다 어설프게 끝나는 참으로 유치하고 조잡한 장면이 되고 말았다.

 

변화하는 리듬의 흐름과 폭발하는 에너지도 부족했다. 애매하고 명쾌하지도 못하다. 풍자와 해학, 유머와 개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관객과 소통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통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지역의 공연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었다고는 하나 적당히 시절과 세태에 부화하고 뇌동하는 비겁한 작품이고 공연이라고 밖에 평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춘향’은 처음부터 다시 준비되어야 한다.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관이 나서서 명품브랜드 작품을 개발하겠다는 발상부터 던져 버려야 한다. 관은 지원은 하되 결과인 작품에 대해서 관여해서는 안 된다. 관이 먼저 나서면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적 혼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적당히 관의 눈치에 거슬리지 않고 관객의 요구에도 부응해야하는 그런 애매하고 비겁한 작품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하면 덕담만을 하고 싶다. 지역의 열악한 환경에서 이만하면 잘한 것이라고 적당히 두둔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리 해서는 안 된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명품 공연이 관객의 호응과 입소문으로 성공해야지 지역사랑 논리로 되지 않을 일이다.

 

제발 적당히 안주하려는 사고를 과감히 떨쳐 버리고 말 그대로 산고를 다하는, 해체된 뼈를 다시 추스르는 아픔을 감내하는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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