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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봄날의 자화상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청춘 즐기는 친구 통해 새로운 삶의 방향 찾아

▲ 곽현문 전북대 일어일문학과 재학
며칠 전 서울에 사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휴식차 전주로 여행을 온다는 것이었다. 거의 2년간 만나지 못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한옥마을의 조용한 막걸리 집에서 술잔을 부딪쳤다.

 

이 친구와의 인연은 군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공간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잦았다.

 

∥내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 친구의 여행담이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여행을 통해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 등등, 꾸밈없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막연한 아름다움이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그때까지 나는 이렇다 할 여행을 한 경험이 없었다. 여행을 통해 분명히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금전적인 문제나 다른 계획들에 차질이 생길 것 등을 생각하다 결국에는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것은 비단 여행뿐만이 아니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평소에 하고 싶어 했지만 하지 못한 것들을 그 친구는 대부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와 나의 차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답을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나는 매 선택의 순간마다 내 자신에 집중하기보다 주변의 환경과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는 데 급급했다.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은 나중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달랐다. 자신이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그냥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 순간밖에 느낄 수 없는 행복을 그는 즐기고 있었다. 그 친구를 통해 나는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그렇게 나는 내 행복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났다. 오후 늦게 와서 한다는 소리가 늦잠을 잤단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계획 같은 건 없다며 되레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멋쩍은 듯 웃는다. 심지어 밤에 묵을 숙소도 잡지 않았다고 한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친구가 자신만의 청춘을 즐기는 나름대로의 방법이었다. 아무렴 어쪄랴. 지금 이 순간, 행복하면 그만이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우리의 푸른 봄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친구와의 대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대화의 주제는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서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었다. 아직 정확한 진로는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다보면 누구보다 멋진 어른이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하나씩 늘어놓았다. 그의 눈은 열정으로 빛났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나는 그 친구의 눈에 비친 나 자신을 보고 있었다.

 

40점의 자화상을 남긴 반 고흐는 캔버스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았다. 그는 행복했다. 가난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때때로 사회가 원하는 혹은 부모님이 원하는 기대에 미치기 위해 자신의 꿈과 현재의 행복을 저버리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청춘들에게 160년 전의 화가 반 고흐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곽현문씨는 전북환경운동연합 푸르미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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