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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 낀 예산 로비

‘가스미가세키(霞關)’는 일본 도쿄의 중앙 관청가를 이르는 말이다. 외무·대장·건설·문부·후생·법무·통산·농림 등 중앙정부의 관청이 몰려 있다. 100년이 넘는 지방자치의 역사를 가진 일본도 예산과 인사, 조직운영 등의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때문에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장들은 비행기를 타고 수시로 도쿄로 몰려가 가스미가세키에 상주하면서 로비를 벌여야 한다. 각종 보조금 등 중앙 정부 예산과 사업들을 따내기 위한 이른바 세일즈맨 역할이다. 또 민간 기업의 CEO들과 만나야 할 일도 많다.

 

우리나라도 ‘반쪽 지방자치’라는 비판을 듣기는 마찬가지다. 국세와 지방세 배분구조는 8 대 2이다. 그래서 ‘2할 자치’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국가와 지방사무의 비율도 7 대 3이다. 재정과 국가사무를 지방에 넘겨줘야 건실한 자치를 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제대로 지방자치를 할려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6 대 4로, 국가와 지방사무 비율도 5 대 5 정도로 조정돼야 마땅하다.

 

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올해 50.3%로 13.2% 포인트 악화됐다. 전북도와 14개 시군 재정자립도 역시 평균 22.9%로 전년 25.7%보다 2.8% 포인트나 떨어졌다. 재정자립도가 10%도 채 안되는 시군이 10곳이나 된다. 반면 국고보조사업에서 국비비율은 2007년 68.4%에서 지난해 60%로 낮아졌다.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됐지만 중앙 예속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자치는 커녕 중앙정부가 재정과 인사, 조직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 그러니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년도 국가예산 성안 시즌이다. 이달말부터 최종 심의를 벌인 뒤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17개 광역단체장과 전국 기초단체장 226명이 내년 예산 확보를 위해 분주히 활동해야 할 시기이다. 그런데 전북의 기초단체장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기사 방안퉁수 단체장도 있긴 있었다. 어느 기초단체장은 예산 로비차 중앙부처를 방문했지만 만나주지 않자 친구하고 사우나만 하고 돌아왔다는 일화도 있다. ‘반쪽 자치’일 망정 일할 때는 치열성이 있어야 한다. 임기 내내 행사장이나 찾고 악수나 하고 돌아다니면 지역이 피폐해 진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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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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