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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북도립국악원 창극 '꽃불-꺼지지 않은 함성'

대규모 출연진·관현악 합주 등 물량공세 / 이야기 개연성 어색·주인공 군중에 묻혀

   
▲ 지난 2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진 전북도립국악원의 창극단의 제47회 정기공연 ‘꽃불-꺼지지 않은 함성’의 한 장면. 사진제공=도립국악원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의 제47회 정기공연 ‘꽃불-꺼지지 않은 함성(이하 꽃불)’은 2시간 동안 진중한 무게감이 관중을 압도했다. 130여명의 대규모 출연진과 관현악단의 물량 공세에도 작위적인 전개와 필요성에 의구심이 드는 장면 등은 몰입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도립국악원의 역량을 결집한 창작극 ‘꽃불’이 펼쳐졌다. 공연 내내 도립국악원 단원과 보조출연자인 전주대 엔터테인먼트학과 학생 등은 무대를 종횡했고 시종일관 장중한 음악도 중량감을 더했다.

 

공연은 현재의 태조로와 경기전의 모습을 비추며 두 주인공이 풍남문으로 들어가는 영상물을 프롤로그로 했다. 이어 동짓날 전주대사습의 흥겨운 잔치 장면으로 막을 열었다. 농민과 관군이 어울려 풍물과 소고춤, 장구춤을 즐기는 가운데 명창 박선달이 춘향가 가운데 어사출두 대목을 들려주며 농민군 봉기에 대한 암시를 했다. 남자 주인공 바우의 동생인 달래가 심청가 중 심 봉사 눈 뜨는 대목을 하며 판소리와 작창이 고루 나왔다.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부군수 조병갑이 농민에게 과세를 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새 둑을 쌓았다’고 치적을 이야기하자 소리꾼인 박선달이 ‘부잣집 곳간을 찾는 쥐새끼같은 놈’이라며 지난 정부의 4대강 공사를 풍자하기도 했다.

 

극이 절정에 이르러 전체 10장 가운데 9장에서는 무용단의 안무와 창극단의 소리가 어우러져 두 주인공인 바우와 선희의 씻김굿이 볼거리를 선사했다.

 

하지만 개연성이 약한 전개는 극을 늘어지게 만들었다. 대사습에서 씨름대회의 승부를 가리는 군중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하면서 앞뒤와 어색하게 이어졌고, 동학군을 막지 못한 전라감사 김문현이 거제도로 귀양을 가게 됐으면서도 신분제를 옹호하는 심경을 토로하고 노래하는 장면은 필요 이상었다는 평이다.

 

또한 조병갑과 농민군인 박선달·바우가 같은 옥사에 갇히는 설정은 무리수며, 더욱이 동료들이 박선달과 바우를 탈옥시키면서 관군은 처치하지만 조병갑은 그대로 살려뒀다. 돈 때문에 어릴 적 팔려간 동생이 달래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과정은 생략되면서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특히 두 주인공의 죽음은 이후 나오는 씻김굿을 위한 작위적 장면으로 꼽혔다. 9장에서 바우가 전주성 입성 과정에서 죽고, 이를 본 선희가 패전해 포위당한 군관에게 복수하려다 그 손에 죽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군중신이 자주 등장하며 등장인물간 경중이 살아나지 않아 주인공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장 대사습 마당부터 2장의 관군과 도적떼의 싸움, 4장 양반의 봄맞이 천렵, 6~7장 관군과 농민군의 싸움, 9장 전주성 입성, 마지막 10장 등 군중 장면이 잦아 주인공의 이야기가 묻혔다는 감상평이다.

 

극 마지막 약 10분간 40여명이 보국안민과 인내천 등의 깃발을 들고 동학농민군의 승리를 표현한 무대에서는 노래 중간 시 낭송자가 등장했다. 군중의 합창이 이뤄지는 가운데 무대 오른쪽에 선 그는 처음 마이크를 거꾸로 들었다 소리가 나오지 않자 다시 바로 잡으며 일부 관객이 웃음을 참기도 했다.

 

음악의 경우 관현악의 모든 악기기 사용되는 웅장한 곡이 연속으로 연주됐지만 귀에 들어오는 테마곡의 부재가 지적됐다. 국악은 사용하는 음역대가 비슷하고 창극단 상당수가 높은 톤으로 소리를 하는 경향이 짙어서인지 2장에서 선희가 구사한 상창(上唱)과 바우의 소리간 높낮이 차가 컸다.

 

더욱이 이날 하루 출연진이 오전 최종 리허설과 오후 4시 공연을 거쳐 7시30분 무대에 선 영향인지 전봉준 역할을 한 송재영 창극단장은 마지막 공연에서 목이 쉰 소리가 나기도 했다.

 

극의 에필로그는 프롤로그처럼 현재의 한옥마을을 비추고 두 주인공이 풍남문으로 들어가는 영상이었지만 이 역시 전체 극과 개연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날 공연을 감상한 관객 Y씨는 “대사와 연기 등이 창극의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인물의 세부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J씨와 G씨는“깔끔한 조명과 웅장한 소리로 전체적인 맥락에는 충실했지만 순간 비춰지는 장면에 치중한 연출이었다”며 “귀에 남는 주제곡을 보태고, 관객이 불편한 연속된 상창의 완급을 조절하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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