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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권하는 사회

일방적 명령 문화보다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건전한 사회 가꾸어야!

▲ 곽현문 전북대 일어일문학과 재학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만해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여기서 복종의 대상이 되는 ‘당신’은 관점에 따라 사랑하는 연인, 일제 강점기의 잃어버린 조국, 혹은 종교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진리 등으로 해석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당신’이란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린 복종을 권하는 문화가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복종을 권하는 문화는 전통적으로 유교적 가치관을 가진 조선시대부터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는 충과, 효를 바탕으로 부모와 어른들에게 조건 없는 복종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일제에 의해 복종을 하도록 길들었고, 해방 이후 근대적 국민국가의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조국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맹세했다.

 

특히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선 이 시기에는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학교를 비롯한 온 사회에 팽배하였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계속해서 복종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이른바 ‘착한아이’로 성장하도록 강요받고, 좋은 학교에 가야 성공한다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중등 교육을 마칠 때 까지 오로지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부만 하는 ‘범생이’로 자란다. 대학에 진학을 해서도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공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스펙 쌓기에 청춘을 불태운다.

 

여기서 조금만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면 소속된 사회 집단에서 퇴출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어른들의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들에게 남은 것은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와, 나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타인과 사회 일반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주의뿐이다.

 

이러한 문화의 어두운 면은 세월호 참사 이후 여실히 드러났다. 그저 여태껏 교육받은 대로 어른들의 말을 잘 따랐던 수많은 착한 아이들이 차디찬 바닷속에 수장되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는 이른바 ‘관피아’로 통칭되는 복종의 문화에 길든 많은 사람들이 연루된 부정행위와 그에 따른 문제들이 속속들이 적발되었다. 누구 하나 부정을 고발하려 들지 않았다.

 

이와 같은 복종을 권하는 사회에서 더 이상 ‘소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의가 이루어지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는 정당한 외침에 돌아오는 건 ‘가만히 있으라’는 일방적인 명령뿐이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소위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대학생들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는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겪는 아픔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세월호의 유가족들이 자식을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우리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밀양의 어르신들이 그토록 처절하게 송전탑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리고 행동하자. 사회 문제에 대해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자.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의 소소한 실천이 거대한 불의와 맞설 수 있는 위대한 저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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