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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피상적인 것도 변하고 심오한 것도 변한다/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변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 세월이 지나면 기후도 변하고 양치기도 양떼를 바꾼다/ 그렇게 모든 것이 변하듯이 내가 변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아르헨티나 국민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모든 것은 변한다’의 노랫말이다. 여린 연둣빛 봄이 짙푸른 녹음으로 변한 지 오래, 이제 곧 바람이 선선해지면 황금빛 들녘으로, 그리고 하얀 수의의 벌판으로 변해 갈 것이다.

 

때로는 그러한 변화에 의한 다양함이 무료함도 달래주고 힘겨운 현실에 희망을 갖게도 해준다. 내일이면 달라지리라는 기대가 없다면 팍팍한 사막길 같은 삶의 여정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는가?

 

그렇게 전주 한옥마을도 변했다. 한때 이곳은 부자들이 모여 살던, 전주에서 가장 잘 나가던 지역. 그러나 주거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변하면서 민원이 끊이질 않는 대표적 슬럼가로 급격히 쇠락해버린다. 그러다 한·일월드컵 전후 지역혁신을 통해 고즈넉한 기와지붕의 가장 한국적인 마을로 주목을 받더니 이제는 연간 수백만의 관광객이 밀리는 명소로 탈바꿈을 했다. 요즘과 같은 무더위에도 태조로와 은행로, 골목골목까지 인산인해, 어깨를 펴고 걸을 수 없을 정도다. 10여년 사이 천지개벽을 한 것이다.

 

이곳은 지금도 급하게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 그 변화가 반갑지만은 않다. 너무 급격한 상업화로 본래의 정취, 정체성 모두 찾아볼 수 없게 변질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느리게 쉴 수 있는 공간을 꿈꾸었는데 시끌벅적한 장터로 변했다. 처음 기획할 때 서울의 인사동처럼 되어서는 안 되다고 강조를 했었는데 ‘위대한’ 자본의 힘에 밀려 똑 그렇게 닮아가고 있다.

 

다시 소사는 이렇게 노래한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내 조국과 민족의 고통과 그에 대한 기억은/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어제 변한 것은 내일에도 변해야 한다/ 이 먼 땅에서 내가 변한 것처럼/ 변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 하지만 내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변화의 무상함에 속이 상할 때에는 특히 이런 노래가 격려가 된다. 모두 변한다지만 분명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이 노래가 주는 감동이 그렇고 전통문화나 한옥마을에 대한 우리들의 사랑이 그렇다. 모두 변한다는 진리가 변하지 않듯 변화에 굴하지 않는 사랑만이 바람직한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 이 또한 변할 수 없는 ‘말씀’으로 또 위로가 된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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