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젊었을 때 하급관리였다. 화장실에서 인분을 먹다가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는 쥐들을 자주 목격한 이사는 화장실에서 똥을 먹고 사는 지저분한 쥐와 곡식 창고에서 여유있게 인간의 곡식을 먹으며 사는 쥐의 처지를 놓고 고민했다. 큰 꿈을 품게 된 이사는 관직을 그만 두고 순자 밑에서 한비자와 동문수학하며 화려한 삶을 꿈꿨다. 그는 진나라에 가 왕의 책사가 됐고, 중국 천하 통일에 큰 역할을 했다. 말단 관리였던 이사는 재상까지 올라 돈과 명예, 권력을 모두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사는 몸이 찢겨 참형되는 최후를 맞았다.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한신도 젊은 시절 별볼일 없었다. 칼을 차고 폼을 냈지만, 하릴없이 놀고 먹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한신을 앝잡아 본 동네 불량배들이 싸움을 걸었다. 한신은 장도를 뽑아 자신을 둘러싼 청년들에게 휘두르는 대신 무릎 꿇고 엎드려 상대방의 가랑이를 기었다. 비웃음을 산 한신은 겁쟁이로 찍혀 살았지만, 기원전 209년 항량이 조카 항우와 함께 군사를 일으킨 뒤 회수를 넘어 하비성에 진을 쳤을 때 항량의 휘하에 들어가 장부의 큰 뜻을 펼치고자 했다. 하지만 항씨는 한신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했다.
훗날 한신은 유방 휘하로 옮겨가 역발산 기개세의 주인공 항우를 격파하는 등 한나라 창업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세력이 커진 한신을 유방이 경계하면서 양측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금이 생겼고, 결국 유방에 의해 제거됐다. 한신은 가랑이 사이를 기면서 동네 불량배의 의심을 피했지만, 권력의 의심만은 피하지 못했다. 복잡한 인간사회에는 끝없는 야욕이 있고, 제 욕심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싸운다. 그 주변에는 사악한 음모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사와 한신같은 지략가도 그 음모와 함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과유불급이다. 더 큰 욕심과 경쟁은 정신과 생명을 위협한다. 결과물도 화려하거나 영원하지 않다. 그저 남가일몽일 뿐이니, 적당히 그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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