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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들의 집무실 사진

▲ 총무국장 겸 논설위원
새로 취임한 단체장이니 의욕적으로 일하지 않겠느냐, 허니문 기간이니 의회도 협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익산시와 시의회의 대치 상황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주변에 단체장들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참신함이 돋보였던 민선 6기 초선과 무소속들의 돌풍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탄식마저 들린다. 설마 선거판에 난무했던 말의 성찬을 그대로 다 믿은 건 아닐 것이다.

 

차분·신중함만으론 변화 어려워

 

사람들은 중대한 고비나 극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을 때 집무실에 영감을 주는 사진을 걸어두는 경향이 있다. 수시로 그것을 보면서 밀고 나갈 힘, 또는 마음을 가다듬는 양식을 고대하기 때문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2010년 취임 직후부터 국방장관 집무실에 적장의 사진을 붙여놓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한 순간도 적을 잊지 않고 적의 생각을 읽어내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 점에서 단체장들의 집무실 사진이 주목받는다.

 

실제 도지사실에는 새만금 신항 조감도가 걸려 새만금사업에 대한 지사의 의지가 투영되고, 기초단체들도 전주의 한옥마을과 군산의 새만금 방수제 현장, 그리고 익산 미륵산성과 진안 마이산의 전경 등 지역에서 펄럭이는 정책깃발을 사진과 사업계획도 등으로 엮어 단체장의 투지력과 철학을 담아냈다(본지 10월 1일자). 임기 중 선거공약 및 현안사업을 챙기면서 쇠락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비장함의 표시일 터다.

 

어떤 지역이든 이런 변곡점을 찍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융성의 대초원으로 나갈 수 있다. 그동안은 풍향계 없이 인기 있는 것, 표가 될 만한 것들만 관심사였던 통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았던 단체장들이 참으로 유감이었다. 호남선 KTX 익산역사 설립과 전주- 완주 통합 등을 보더라도 공감이 없는 메마른 행정, 원칙이 없는 즉흥적 정책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눈물 흘리는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고, 능력 있는 인재의 역량을 키워주지 못했다. 그럭저럭 시류에 영합하는 양상이 있다고 종종 비판을 받아 왔을 뿐이다. 헌신으로 결연하게 행동했더라면 울림이 있었을 것이다.

 

전북은 소득과 인구 증가율, 경찰 치안력, 교권침해 등 각종 지표에서 불행하고 우울한 늪에 빠져 있다. 주관적·객관적 지표가 그렇다. 경쟁력지수가 한 지역의 경쟁력을 획일적으로 재단하는 절대적인 잣대일 수는 없지만 나쁜 분야에선 수위를 다투고, 좋은 분야에선 꼴찌를 다툰다. 그런데도 단체장은 순위가 올라가면 흡사 자기 단체가 잘해서 경쟁력이 올라간 것으로 치부하고, 반대로 내려가면 지역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처럼 호들갑이었다.

 

8일이면 민선 단체장들의 취임 100일. 그들의 운신은 대체적으로 차분하고 신중하긴 했다. 그런데 왠지 ‘관리형’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적어도 세금은 아껴 써왔고, 향후에도 소모성 사업은 삼갈 것이며, 복무기강을 바로 잡아 나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차분함 뒤엔 소심함, 신중함 뒤엔 ‘리스크 제로’ 사고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아쉽다. 이러한 모습으로 취임식에서 역설했던 소통과 변화의 돌파구가 뚫릴까.

 

보신의 타성 벗어나 열망 보여줘야

 

이전 단체장들도 ‘미래’를 수없이 강조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선거와 함께 사라졌다. 이번에도 얼마나 실속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주민들이 공감하는 시대적 과제를 설정하고, 자치의 틀을 제대로 짜는 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뭐가 문제인지 주민이 알아차리고, 누릴 수 있도록 해 달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본 것처럼 골을 작렬시키지 않는 수비형 축구에 관중은 열광하지 않는다. 짬 날 때마다 집무실 사진을 바라보며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궁리해야 한다. 제발 보신의 타성에서 벗어난 단체장들의 열망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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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성 dscho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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