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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본 사람이 아닙니다. 우린 조선 사람입니다.

재일 교포들은 남과 북을 가슴 속에 품고 살고 있어 미안한 마음에 가슴 먹먹

▲ 김한결 전북대 신방과 재학
1945년 8월 15일, 한반도는 꿈에도 바라던 독립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안가 분단을 겪게 된다.

 

그리고 한국인, 북한인, 외국인도 아닌 사람들이 생긴다. 이들은 이후 1952년 4월 28일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따라서 외국인이 되어버린다. 바로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교포들이다. 일본에 살면서 납세의 의무도 이행하지만 일본 정부의 차별 대우는 심하다.

 

심지어 우리나라도 이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어 이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교포 3, 4세들 중 조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소학교는 조선 학교를 다니지만 고등학교로 진학 하는 시기가 오면 일본 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조선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대학 입학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일 교포 학생들은 다시 대학 입시를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일본은 고등학교 수업료를 무료화 하는 정책도 조선 학교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많은 조선 학교들 중, 오사카 조선 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일 수업이 끝나면 오사카 거리에서 이런 상황을 알리는 전단지를 돌리고 시위도 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특히 럭비부 학생들의 웃음은 더 해맑아 보인다.

 

박사유 감독의 영화, ‘60만번의 트라이’는 이들 오사카 조고의 럭비부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 고등학교 럭비 대회 중 가장 큰 ‘하나조노’ 우승을 노리며 ‘일본제패’를 외치는 오사카 조고는 일본 내에서도 실력 있는 학교로 뽑힌다. 그리고 그들은 외친다, “우리는 조선사람 입니다”. 일본말이 더 능숙하지만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말하고, 일본 사회에서 받는 차별을 실력으로써 극복해 나가려 럭비에 매진하고 있다. 항상 경기가 시작하기 전 선수들은 둥글게 어깨동무를 하고 외친다. “하나, 믿음, 승리!” 넓은 일본 럭비 경기장에서 한국말로 자신들을 격려한다.

 

오사카 조고 학생들이 많은 절차를 거치고 떠나는 수학여행의 목적지는 북한이다. 북한에 있는 자신들의 친척과 만나 한 언어로 소통하고 떠나는 것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보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한국에 살면서 그들을 잊고 있었지만 재일 교포들은 남과 북 모두를 가슴 속에 품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미안한 마음에 가슴 한 켠이 먹먹해 졌다.

 

이 영화를 내 또래 친구들이나 10대 청소년들에게 추천해 주면 반응이 시큰둥하다. 재미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따분하기만 할 영화 같기 때문이다. 일에 치여 사는 30, 40대 어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영화 보기를 꺼려할 것이다.

 

그렇지만 길지 않은 시간 1시간 47분을 이 영화를 위해 투자해 주길 바란다. 재일 교포들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지만 정작 우리는 등을 돌리고 서있다면 그들도 점차 자신들이 누구인지 잊고 살아 갈지도 모른다. 이런 비참한 일을 막기 위해선 우리도 그들을 알고 기억해 줘야 한다. 아주 작지만 힘있는 일, 이 영화를 보고 그들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언젠가 삶을 살다 보면 일본에 사는 우리 교포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때 “나는 당신들을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며 인사 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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