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전당, 산민 이용 '아트노블레스상' 기념 초대전 / 법화경 금문·예서로 쓴 200m 넘는 대작 등 50여점
선(線)으로 선(禪)의 화두를 던지는 전시가 열린다. 옛 글자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삶을 관조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을 주는 작품이 선보인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하 소리전당)은 ‘선(禪)을 묻다’를 주제로 16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소리전당 전시장에서 서예가 산민 이용 씨(66)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1월 소리전당이 복합문화공간의 예술정신과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그에게 시상한 ‘아트 노블레스상(Art Noblesse Award)’의 수상을 기념해 이뤄졌다.
산민의 16번째 개인전인 이번 기획 초대전은 소품부터 200m가 넘는 대작 등 50여점으로 구성됐다. 산민의 작품에 보여지는 특징인 고유한 필체와 금문에 대한 깊이감의 진수를 보여준다. 금문은 중국 고대국인 은·주나라 때 쓰인 문자로 산민은 고전의 구절을 금문에 회화적 요소를 더해 표현했다.
‘단표(單瓢)’라는 작품에는 ‘모든 일 잊고 진종일 앉았으니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네, 내 생애 무엇이 남아있는가, 벽에 걸린 표주박 하나뿐일세’라는 글귀가 더해져 안분지족(安分知足)을 깨우친다.
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화엄경’의 구절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도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평범한 잠언을 생각케 한다.
중국 당(唐)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왜 푸른 산중에 사느냐’는 물음에 그저 ‘대답 없이 웃으니 마음이 한가롭다’라는 ‘소이부답(笑而不答)’ 등 비교적 널리 알려진 문구도 눈길을 끈다.
특히 ‘법화경(法華經)’ 전문을 금문(金文)·예서(隸書)로 각각 200m 넘게 쓴 대작도 만날 수 있다.
그는 글자간의 호응과 면밀하게 이어지는 연결성의 품격을 현대적 감각과 정제된 필획으로 구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통 서예에 연연하지 않고 문자의 상형성을 회화적으로 나타내 금문 서예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것.
그는 작품활동 초기 전통서예를 추구하다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서예에 빠져들었다. 글과 그림의 근원은 같다는 ‘서화동원(書畵同源)’을 기조로 현대서예 운동에 앞장섰다. 이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산민 이용 서예가는 송재문화상, 효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국내·외에서 400여차례 전시에 참여했다. 한국현대서예·문인화협회 이사장,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집행위원장·총감독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서예협회·한국전각협회 자문위원, 서예진흥위원회 전챙자문위원, 국제서예가협회 부회장,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한편 소리전당은 지난 1월 지역의 예술기획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고 공연장 질서유지와 관람 수준을 높인 유공자로 우수예술기획 전문가에게 아트 노블레스상을 시상했다. 연중 전당을 이용하는 순수 분야의 예술단이나 기획사를 대상으로 공연 수칙 준수, 유료 관객 확보, 관객 초대 효율성, 공연물의 예술성 등을 평가해 서예가 산민 이용 씨와 클나무오케스트라(지휘자 유수영), 아름앙상블(대표 송호은), 오문자&알타비아 댄스 컴퍼니(대표 오문자)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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