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14:10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독서 인프라

‘남아이십 미평국(男兒二十 未平國) 후세수칭 대장부(後世誰稱 大丈夫)’ 사내 나이 이십에 나라를 평안케 하지 못한다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겠는가. 대장부의 호연지기로는 남이(南怡) 장군을 따를 자가 없을 것 같다. 이 시를 읊은 게 20대 초반이다.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닳아 사라졌고(白頭山石 磨刀盡), 두만강 물은 말이 마셔 말랐다(豆滿江水 飮馬無)며 나라 경영의 큰 뜻을 품었던 그다.

 

사내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도 ‘대장부 조건’으로 꼽을만 하다. 두보의 시에 나온다. ‘혜시다방기서오거(惠施多方其書五車)’에서 유래한 말로, 장자가 친구 혜시의 장서를 두고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다섯 수레에 책을 가득 실으면 얼마나 될까, 수백권쯤 될까.

 

독서는 삶의 자양분이다. 고전에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해답이 담겨져 있다. 책을 읽지 않고는 호연지기를 기를 수도, 세상을 제도할 수도 없다. 그런데 혈기방장한 젊은층이 스펙 쌓기와 취업 때문에 책 읽을 여유가 없다고 하니 안스럽다. 삶의 토양이 될 독서를 하지 않는다면 개인이나 나라 모두 불행한 일이다. 평국(平國)이나 오거서(五車書) 등의 대장부론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호연지기나 나라경영의 기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최근 대기업 입사시험에 역사와 인문분야 등이 출제돼 관심을 끌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독서의 계절이다. 자치단체마다 책읽기에 관심을 쏟고 있다. 완주군이 삼례문화예술촌 주변을 ‘책 마을’로 조성하는 건 고무적이다. 책 마을은 고서점과 헌책방, 그림책 작가 등 문화예술인 작업실, 공연장, 북카페 등이 어우러진 문화마을로 꾸며진다고 한다. 순창군이 도서교환 장터인 ‘책 나눔 한마당’을 개최한 것도 박수 받을 일이다.

 

독서 인프라 구축은 중요하다. 전주시는 도서관을 꾸준히 확충해 현재 9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 소비자들로서는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그런데 예산 지출에 너무 인색한 게 문제다. 전주시의 도서 구입비는 연간 5억4000만 원에 불과하다. 시민 1인당 830원 꼴이다. 이같은 쥐꼬리만한 예산으로는 시민들의 독서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특히 신간 서적 구입이 느리고 구입 권 수도 적다. 수요자가 신간 서적 빌리기에 두달 이상 걸린다면 문제다.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재 kjlee@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