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하는 바둑용어다.
드라마로 돌아온 ‘미생’의 열풍은 더 거세다. 첫 회 시청률 1.6%에서 시작한 ‘미생’은 이제 5%대를 넘어섰다. 케이블 방송으로서는 이례적인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드라마가 보여주는 현실감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가히 열광적이다. 방송 관련 매체들의 분석을 보면 ‘미생’의 주시청층은 계층과 성별이 따로 없다. 10대 청소년층부터 주부,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중장년 남성들까지도 ‘미생’의 시청자가 됐다.
드라마 ‘미생’은 웹툰의 ‘미생’을 그대로 옮겨왔다. 열한 살에 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바둑기사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던 주인공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한 후 낙하산으로 종합무역상사에 들어가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장그래는 화려한 스펙은 커녕 20대 청년이라면 갖고 있을만한 흔하디흔한 스펙조차 없지만 세상을 향한 따뜻함, 바둑으로 체득한 신중함과 통찰력으로 높기 만한 직장의 벽을 하나씩 헤쳐내고 입사시험에도 합격한다. 상대방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자기가 도태되는 치열한 경쟁사회. 매 순간 어려움에 놓이지만 그때마다 장그래는 신중하게 길을 찾아낸다.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장그래의 가장 큰 미덕은 결국은 상대방의 마음까지도 움직이게 하는 따뜻함이다. 직장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큰 감동으로 공감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 매체가 웹툰이나 만화책, 드라마 등으로 ‘미생’을 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있다. 응답자의 80%가 스스로를 ‘미생’이라고 공감하고 있다고 답한 것도 그렇지만 ‘미생’이 현실의 나와 함께 하는 ‘성장통’이 되어주었다거나 지금은 비록 미생일지라도 언젠가는 완생할 하나의 과정으로 위안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답이 흥미롭다. 누군가는 주인공이 장그래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안이영이, 또 누군가는 오과장이 되는 순간, 드라마의 힘은 커진다.
“미생 말고 완생이 되라. 우리는 모두 미생이다.” 드라마에서 오과장이 입사시험에 합격한 장그래에게 주는 조언이다. 우리 모두는 완생이 될 수 있을까. 모처럼 격하게(?) 공감하게 하고 감동케 하는 드라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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