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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머리카락·소변…독특한 실험정신 무장

개념·설치예술가 이건용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전시 / 신체항 등 76점 내달 14일까지 / 문화공간 새로운 개념도 제시

▲ 이건용 作 ‘달팽이 걸음’

“예술은 과정이 중요합니다. 자크 데리다가 말한 ‘끊임없는 지연’처럼 현대 미술은 완성이 유보, 지연되고 참여가 이뤄지는 형태입니다.”

 

국내 대표적 개념·설치예술가인 군산대 명예교수 이건용 작가(73). 그는 40여년간 나무와 신체를 이용한 전위적인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그의 예술세계를 한 자리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다음달 14일까지 과천관 제1원형전시실에서 ‘달팽이 걸음-이건용’을 주제로 그의 대표작 76점을 전시한다. 설치, 회화뿐 아니라 그가 작업을 구상한 메모 등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를 기획 진행하는 가운데 각 분야별로 선정한 원로 작가의 개인전이다. 광복 이후 한국현대미술사를 정립하는 주요 프로그램으로 설치분야에 이건용 작가가 뽑혀 지난 6월 전시를 개막했다.

 

전시 제목 ‘달팽이 걸음’은 그의 대표작일뿐 아니라 미술계의 주류를 이루는 흐름과 관계없이 꾸준히 본인의 작품 활동을 견지한 삶을 상징한다. 어떤 양식에도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변신을 하며, 실험정신을 견지했던 행적이다.

 

그는 현대 문명의 속도감과 대비돼 느리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나가는 생태적 속도를 환기했다. 그가 1973년 프랑스 파리비엔날레에 출품해 호응을 얻었던 ‘신체항’, 1979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발표했던 ‘달팽이 걸음’, 같은해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드로잉전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신체 드로잉’ 등은 이런 발자취다.

 

나무의 뿌리 부분을 지층 채 전시장으로 옮긴 ‘신체항’에 대해 그는 “애초 1960년대 말 발표하고 싶었는데 나무를 구하기 힘들어 경부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뿌리째 뽑아져 있는 것을 이용했다”고 당시 상황을 들려주었다.

 

그는 이어 “머리와 손 끝이 아니라 몸이 그리는 ‘신체 드로잉’도 생명력을 표현한 생태 작품이다”며 “선을 그리는 동시에 지우는 ‘달팽이 걸음’은 양위적 현상을 결합했다”고 덧붙였다.

 

최근작 ‘빨리 움직이는 놈, 천천히 움직이는 놈’은 앙상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도로에 빠르게 차가 지나는 영상이다. 나무와 대비되는 자동차의 빠른 이동을 보여주며 그는 “인간의 욕망은 끝없는 속도전”이라 말한다.

 

이 작가는 자신이 천착한 생태에 대해 “자기를 낮추고 같이 만나 협의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이다”고 정의내렸다.

 

그는 이번 전시의 시작부터 실험성을 드러냈다.

 

이 작가는 “애초 국립미술관에 1년의 전시 기간을 요구했다”며 “이러한 도전 자체가 예술의 과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 입구에 그가 씹던 껌을 붙이고 이를 없어질 때까지 기록하는가 하면 자신의 신체물을 이용한 작품으로 빠진 머리카락을 모으거나 소변을 용기에 담아 전시했다.

▲ 이건용 作 ‘신체항’

그는 “‘작가의 오줌’이라는 작품은 군산 개정면에 있는 작업실에서 한동안 이웃집 화장실을 썼는데 불편하고 작업이 끊기는 게 싫어 페티병에 볼 일을 봤던 것을 들고 왔다”며 “이게 생태 그 자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전시도 진행형”이라며 관객이 가져온 의자에 싸인을 하거나 관람객과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찍어 상영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도 제시했다. 긴 나무막대기 위에 자신의 오른쪽 운동화를 올려놓아 천장에 닿게 한 ‘이어진 삶’을 통해서다.

 

그는 “대부분 관객이 전시장의 위를 잘 보지 않고 지나쳐서 천장도 보고 나가라는 뜻에서 설치했다”며 “문화공간은 시스템이 제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모든 곳에서 이뤄지는 장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

 

이건용 작가는 황해도 사리원산 출신으로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군산대 교수를 지냈다. 1979년 포르투갈 Lis79 리스본 국제전 대상, 2007년 제8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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