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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창작공연 '판-팝' 시연회] 판소리 다섯바탕에 몸 맡긴 비보이

라스트포원 참여…기타·대고 등 어울려 신선 /  판소리·비보이 각각 특징 잘 안살아나 아쉬워

▲ 지난 26일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판-팝(Pop)’ 시연회가 열린 가운데 라스트포원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판소리와 비보이(B-boy)가 만났다.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판소리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의 노래)을 기반으로 판소리와 인디 밴드 연주를 결합시킨 음악에 비보이 댄스를 버무렸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당의 창작 공연 ‘판-팝(Pop)’ 시연회가 열린 지난 26일 오후 7시 한국전통문화의전당 공연장. 내년 초 마당의 ‘판소리 재발견 프로젝트Ⅱ’ 정식 공연을 앞두고 지역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작품을 다듬기 위한 자리였다.

 

마당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판소리 재발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작업으로 진행한 ‘인디, 판소리를 탐하다’는 전통·현대의 자유로움이 만난 창작 작업으로 판소리 다섯 바탕을 재기발랄하게 재해석해 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비보이가 마당을 무대 삼아 온 판소리의 토대와 맞닿아 있고, 한국을 대표하는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이 전주의 문화적 자원이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시연회는 수궁가 중 ‘토끼 배 가르는 대목’,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 춘향가 중 ‘사랑가’, 심청가 중 ‘인당수 빠지는 대목’, 적벽가 중 ‘불 지르는 대목’ 순으로 진행됐다.

 

판소리와 비보이, 기타, 대고 등 평범함을 거부하는 실험의 연속이었다. 춘향가에서 소리꾼과 비보이는 각자의 언어로 사랑을 표현하고, 적벽가에서 소리꾼은 고수의 북소리가 아닌 현란한 기타 연주에 맞춰 소리한다.

 

우리 민족의 정서·풍류가 깃든 판소리와 미국 흑인들의 문화가 담긴 비보이는 자유롭게 만났다 헤어지고 또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판소리에 맞춘 비보이의 몸놀림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객이 가질 수 있는 거부감을 줄였다.

 

‘라스트포원’은 정통 비보잉 뿐만 아니라 가야금, 사물놀이, 타악, 관현악과의 실험적인 협업에 앞장서면서 크로스오버 공연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또 해금과 아쟁을 공부한 국악도이자 무대에서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기타리스트 안태상, 소리꾼 김대일(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단원)·이용선(사단법인 율 이사), 대고 장태수(한국국악협회 군산지부 이사) 씨 등이 참여해 공연의 질을 높였다.

▲ 소리꾼 김대일씨 공연 모습.

기본적으로 판소리 다섯 바탕이라는 탄탄한 구성과 출연자들의 출중한 노래 실력,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비보이들의 춤과 연기는 전주가 지닌 문화적 콘텐츠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그러나 훌륭한 문화적 자원이 결합된 이번 시연회는 ‘배려’가 너무 넘친 무대였다. 우리 소리인 판소리와 비보이가 만나는 것은 시도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비보이만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나 판소리가 지닌 특유의 해학과 풍자는 도드라지지 못했다.

 

특히 수궁가는 흘러나오는 판소리 내용을 배경에 제시하면서 비보이와 내용에 대한 관객의 시선 분산이 우려됐다. 또 다소 느린 판소리 대목에서 박자와 박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비보이 안무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적벽가에서 판소리와 비보이 무대를 전·후반으로 나눈 점이나 판소리와 기타 연주가 강약 조절보다는 쉼 없는 진행을 택한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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