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에포크 시대 잘 보여주는 한 컷 / 전북도립미술관 10주년 특별전 / 19C말~20C초 작품들 전시
전북도립미술관 특별전 ‘열정의 시대, 피카소부터 천경자까지’의 작가들이 살았던 때는 어떤 시대였을까?
전시의 시대배경에는 벨 에포크(la Belle Epoque)가 놓여 있다. 벨 에포크란 양차대전과 격동의 20세기에 회고해 본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으로 파리가 번성했던 때를 말한다.
미술로 보자면 19세기 말은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가 펼쳐졌던 시기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마티스의 야수파, 그리고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파가 활동했다.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브라크가 입대하게 되면서 정통 입체파 활동도 중단된다. 1874년의 인상주의부터 1914년 세계대전 이전의 입체주의, 즉 벨 에포크를 수놓고 있는 미술이 전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번성과 화려함은 한 세기 전 18세기말 프랑스 혁명 이전 구체제(앙시앙 레짐)의 귀족적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귀족풍과 화려함은 프랑스혁명, 공포정치, 나폴레옹의 등장과 정복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과 극적으로 대비되어 보인다. 앙시앙 레짐의 호사스러운 화려함을 그대로 로코코 미술이 대변해 주지 않았던가.
그와 같이 벨 에포크 또한 격랑의 시대에 앞선 황금시대였다. 에펠탑과 그랑팔레, 프티팔레의 예술적 분위기에 센 강 위의 화려한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그 시대를 기념한다. 거리를 거닐던 우아한 복장의 남녀와 그들이 어우러졌던 물랭 루주, 그곳을 오늘날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인상파 작가들이 누볐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에서 그 시대의 유행과 분위기를 이 ‘귀부인’처럼 잘 보여주는 작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홍조가 감도는 세련된 얼굴과 깊은 보조개, 장식 많은 검은 모자의 멋은 얼굴을 한껏 귀티 나게 드러낸다. 가는 허리를 돋보이게 하는 검은 재킷과 가슴의 브로치, 타이와 흰 칼라를 드러낸 옷매무새는 또 어떤가. 장갑을 낀 양손에는 꽃다발과 양산이 들려있다. 뒤쪽을 부풀어보이게 만드는 버슬드레스와 무늬도 우아함을 더하고 있다. 대리석 난간이 있는 계단을 내려서는 귀부인의 자태를 보여주기에 손색없는 그림이다.
이 작은 캔버스에 이렇게 정교하고 많은 볼거리를 담아낸 작가의 솜씨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바탕색 위에 투명하게 필선 하나하나가 읽히는 회화적인 붓질도 작가의 필력을 드러내고 있다. 스페인 태생의 에두아르도 레온 가리도는 프랑스로 이주해 화려한 귀부인으로 그 시대를 담아내던 작가다.
최형순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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