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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해고 걱정에 더 춥네요"

내년부터 최저임금 적용 / 관리비용 증가 요인 발생 / 인원 감소 불가피 소식에 고단한 업무 속 앞날 막막

▲ 8일 전주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이른 아침부터 제설작업과 택배업무, 주변 청소 등 잡다한 업무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추성수기자 chss78@

“매일 내리는 눈이 이제는 무섭기만 하네요.”

 

전주의 한 아파트 경비원 A씨(65)는 최근 일주일 사이 업무가 늘었다. 8일 동안 이어진 눈으로 제설작업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휴식시간도 줄었다. 이른 새벽 차가운 공기에 움츠렸던 몸은 계속되는 빗자루질에 어느덧 땀으로 범벅됐다. 계속되는 허리통증 쯤이야 참아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에서 마저 쫓겨나면 살길이 막막해진다.

 

출근 시간이 지나자 물밀듯이 밀려오는 택배가 경비실을 가득 채웠다. 택배를 잠시 맡아 두었다가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간단한 업무지만,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배상은 온전히 A씨의 몫이다.

 

택배 전쟁이 끝나고 잠시 한 숨을 돌린 A씨는 곧바로 주변 순찰에 나섰다. 순찰 업무 중에 주변 정리(쓰레기 청소)도 함께 해야 했다.

 

순찰 중이던 A씨는 짜증 섞인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경비실에 택배를 찾으러 온 한 주민이다. 그러나 A씨는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다시 경비실로 돌아가 친절히 물건을 전해줬다.

 

점심시간이 됐다. A씨는 1평 남짓한 경비실에 쪼그려 앉아 10분 만에 식사를 마쳤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따뜻했던 밥은 금새 식어 버렸다.

 

A씨는 “춥고 힘든 것은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주는 모욕은 참기 힘든 고통이다”고 말했다. A씨에게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자살한 경비원의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러나 그는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포기할 수 없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도 최저임금을 보장 받는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4689원에서 내년 최저임금은 5580원으로 인상된다. 그러나 경비원들에게 반드시 좋은 소식이 아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지만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 100%를 적용하면, 아파트 측에서 관리비 증가를 이유로 경비원의 쉬는 시간을 늘려 기존 월급에 맞추려고 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경비원 수를 줄이는 일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전주의 한 아파트의 경우 최근 현재 24시간 근무(8시간 휴식)하는 경비원에게 휴식시간 1시간을 늘려 임금 인상폭을 최소화 했다.

 

이 아파트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도내 한 아파트는 휴식시간을 더 늘려 현재 받는 임금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계약을 채결했다. 또 다른 아파트는 경비원 수가 많다고 판단해 인원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년부터 3년간 경비원 1명당 매달 6만원을 지원해 급한 불을 끄려고 하지만, 내년도 예산은 23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아파트 경비원은 전국적으로 2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의 한 아파트의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민들이 공동 전기요금 등을 절약해 그 비용으로 경비원들의 임금 인상분을 메웠다. 이 미담 사례는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고, 현재 이 같은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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