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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보다 마음이 지쳐"…우울한 감정노동자

전북지역 대형마트·백화점 근로자 등 고객 부당한 요구·폭언 상담 증가 / 고용부, 서비스업 실태 점검나서

최근 이른바 ‘땅콩 회항’사건으로 승무원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크게 부각됐다.

 

승무원·백화점 판매원 등 자신의 감정과 관계 없이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하면 우울증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억누를 수밖에 없는 감정노동자들의 웃음 뒤에는 짙은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

 

전북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도내 한 대형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던 A씨는 최근 마트 내 물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아는 직원이 ‘영업이 끝나면 계산하겠다’고 해 미리 물건을 계산대 한 쪽에 빼놓은 것인데, 마트 측이 이를 절도로 몰아갔다”면서 “정말 훔치려고 했다면 가방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 두었을 것이다”고 항변했다.

 

전주의 한 대형마트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B씨는 매번 몸 보다 마음이 지쳐 집으로 돌아간다. 환불·교환기간이 지난 옷을 들고 와 돈이나 다른 옷으로 바꿔달라는 요구에 하나하나 웃으며 응대해야 하는 일이 버겁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람이 B씨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B씨는 “일부 고객의 말도 되지 않는 요구에도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스트레스만 쌓여갈 뿐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콜센터 상담원, 민원담당 공무원, 백화점·대형마트 직원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일부 사람들의 폭언과 욕설 등 인격비하적 발언에도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기 일쑤다.

 

롯데백화점 전주점에 따르면 고객의 폭언과 부당한 요구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소속 직원의 상담 요청이 매달 2~3건에 이른다.

 

롯데백화점 전주점 임연희 힐링상담원 실장은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직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직원들의 다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스트레스 정도 측정, 원예치료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자 전북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은 “누구나 ‘갑’에서 ‘을’이 될 수도 있다”며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한 번쯤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정신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 근무하는 서비스업 종사자의 직무상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는 실태·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국회 한명숙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이 백화점 판매원, 카지노딜러, 철도 객실 승무원, 간호사, 콜센터 직원 등 감정노동 직군 22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0%가 고객 응대 시 성희롱이나 신체접촉을 당했으며, 81.1%가 욕설 등 폭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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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국 psy235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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