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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세상에서 가슴 활짝, 꿈도 더 커졌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시설아동 해외문화탐방

▲ 코끼리 등에 타고 즐거워 하는 아이들.

하늘이 참 푸르다. 한겨울 추위도 없다. 꿈 많은 여학생들이 처음으로 밟은 낯선 이국 땅에서 가슴을 활짝 폈다.

 

전북지역 각 시·군 보육시설(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초·중학생 26명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닷새 동안 태국에 다녀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지역본부가 주최하고, 전북아동복지협회가 주관한 ‘전북 시설아동 해외문화탐방’프로그램이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이번 프로그램에는 전주와 군산·익산·정읍·완주·고창 등 도내 6개 시·군 13개 시설에서 여자 초·중학생들이 참가했다.

 

“외국에 나가는 것도, 비행기도 처음이예요. 가슴이 떨리고 설렙니다.”

 

지난 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 입구에 전북지역 보육시설 중학생 26명이 집결했다. 대부분 초면이라 서먹서먹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어색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데는 시간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약 5시간 30분간 깊은 밤을 날아서 7일 오전 1시께(현지 시각) 태국 방콕에 도착했다. ‘천사의 도시’ 방콕을 수도로 한 태국은 라마 9세(88)가 다스리는 왕국이다.

 

“쌀이 한국과 많이 달랐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식사 후 간 ‘왓포사원’은 긴바지 혹은 긴치마를 입어야 입장이 됐습니다. 무척 엄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수상가옥에서는 배를 타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건물 구경과 사람 구경이 즐거웠습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멀리서 손을 흔들어주고 인사도 해줘 반가웠습니다.”

▲ 아이들이 태국 왓포 사원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다솜이(가명)는 신기하고 또 이색적인 방콕의 풍경과 사람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콕 구경을 마친 아이들은 2층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2시간여 달려 파타야에 도착했다.

 

태국 체류 둘째 날인 8일, 아이들은 ‘파타야의 보물’ 산호섬으로 이른 아침 향했다.

 

산호섬의 바다는 에메랄드 빛이며, 백사장은 산호들이 파도에 부서진 곱고 보드라운 입자들로 이뤄져 있다. 아이들은 남국의 황홀한 바다에 몸을 담갔다.

 

“산호섬 안에서 가장 끌렸던 것은 ‘제트스키’였습니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여기서 다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소희(가명)는 에메랄드 바다 위에서 연신 즐거운 비명이다.

 

아이들은 코끼리와 악어·호랑이 등 동물원에서나 보았던 동물들을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볼 기회를 갖기도 했다. 호랑이와 사진을 찍고, 기린에게 직접 바나나를 먹여주고, 코끼리 등에 올라타 정글을 누비는 트래킹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 현지 가이드와 교사의 인솔에 따라 태국 거리를 횡단하는 모습.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다들 표정은 내내 밝았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10일 새벽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모인 아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전주에 도착한 아이들은 작별인사와 함께 각 시설로 돌아갔다.

 

“친구들과 함께 많은 것을 보고 배웠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넓은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꿈도 더 커졌고요.” 헤어지기에 앞서 아이들은 첫 해외 여행에서의 감흥을 제각각 다양한 목소리로 풀어냈다. 끝날 줄 모르는 수다 속에 사춘기 여학생들의 꿈이 한 뼘 더 자라고 있었다.

 

● 주미영 전북아동복지협회 사무국장 "처음으로 밟은 이국땅…넓게 보고 자존감 높였으면"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해외 탐방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줘 견문을 넓히고 마음껏 대접받아 볼 기회를 갖게 해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었습니다.”

 

주미영(40) 전북아동복지협회 사무국장은 처음으로 실시된 이번 보육시설 아동 해외 문화탐방을 기획하고 또 직접 진행했다.

 

주 국장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지역본부(본부장 구미희)에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 전북지역 첫 시설아동 해외 문화탐방을 성사시켰다.

 

주 국장은 이번 문화탐방을 기획하는 일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첫 시도인 것에 대한 부담, 행여 발생할 지 모를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 기획 및 인솔자로서의 책임감 등이 그를 압박했다.

 

하지만 일행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5일간의 태국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그가 여행지를 태국으로 정한 이유는 기후가 온화한 만큼 포근함을 느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아이들이 보다 좋은 대접을 받으며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 기뻤습니다. 당연히 내년에도 연속사업으로 해외 문화탐방을 추진 할 계획입니다. 흔쾌히 후원해 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각 시설 원장님, 여행을 함께한 선생님들과 인솔에 잘 따라 준 아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주 국장은 시설 아동에 대한 지원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스무살이 되면 단 한 번 일시적으로 주어지는 자립 정착금 500만원만 받고 곧장 시설에서 나와 생활해야 한다”면서 “의식주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이 너무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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