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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진 도지사의 하소연

9년 전 전주를 찾았던 여류 오지탐험가인 한비야씨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전주는 대한민국의 오지네요. 인천공항에서 지하철타고 서울로, 서울서 익산까지 KTX 타고, 다시 전주로 직행버스 갈아타고, 버스터미널에서 시청까지 택시타고 정말 힘들게 왔어요. 제주도도 비행기 한번 타면 가는데…”

 

7년간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돌며 세계 오지지역을 탐방했던 한씨가 푸념처럼 건넨 말에 전북도민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뿐이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정권으로부터 소외와 차별, 홀대와 푸대접을 받아 온 전라북도가 여전히 이 같은 오명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함을 넘어 이제 분통이 치밀어 오른다.

 

지난 4일 도청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송하진 도지사가 토로한 ‘전라북도 변방론’은 이 같은 전북의 현주소를 적확히 대변했다.

 

외유내강에다 선비형인 송 지사는 평소 자신의 진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날 송 지사는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참 힘이 많이 든다. 새만금은 느려도 너무 느리고 공사를 시작한 지 25년이 됐는데도 방조제 막은 것 외에는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 호남 중에서도 전북은 변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장·차관은 아니어도 좋으니 중앙정부 요직 국과장 자리에 전북 사람 몇 명만 있어도 좋겠다”

 

민선 도지사가 느끼는 전라북도의 암담한 현실 앞에 도민들은 더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 초기 조각에서 전북출신이 장관과 차관에서 모두 배제됨에 따라 전 도민의 공분을 샀다. 도민들의 분노와 반발이 거세지자 YS는 후속 개각 때 전북출신을 발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또 다시 전북 인사 홀대가 이어지고 있다. 8개월째 전북출신 장관 차관 한명 없다. 감사원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5대 권력기관장은 모두 영남출신이 독식하고 있다. 375조원의 국가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의 실세부서인 예산실에 19명의 과장 중 전북출신은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지사로서 오죽하면 정말 힘들다고 토파했을까. 송하진 도지사의 하소연은 200만 도민과 300만 출향 전북인들의 이구동성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전북의 민심과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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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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