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행복·통일 지향 / '정도의 길'을 걸어온 정치인으로 남고 싶어
6학년 때는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회장에 선출되었다. 직선제로 전교 어린이 회장에 뽑힌 나는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학교와 동네에서 친구들이 잘 따르는 타입 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기린봉에 자주 올라가곤 했다.
기린봉은 전주 팔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산이다. 기린은 키가 크고 재주와 지혜가 많은 동물인데, 재주와 지혜가 뛰어난 젊은이를 가리키는 ‘기린아’라고 하는 것은 아마 여기에 근거가 있는 듯하다. 기린은 성군이 이 세상에 나올 전조로 나타난다는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을 뜻하기도 한다.
전주 일대에서 아름다운 곳을 고른 전주 10경 가운데 제 1경이 기린토월(麒麟吐月)인데, 동쪽 기린봉 위로 보석처럼 떠오르는 아름다운 달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기린봉은 전주 시민에게 상서로운 산이다. 전주 시내에서 익산 쪽으로 20리쯤 떨어져 있는 기린봉 큰 바위에 사람들은 소망을 써 붙이고 간절히 기도를 하곤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친구들이랑 기린봉에 올랐던 나는, 사람들이 소원을 써 붙이는 바위 앞에 이르러서 어린 나이에 나의 장래희망으로 무엇을 쓸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나는 종이에 ‘국회의장’이라고 써서 바위에 붙이고 기도를 드린 다음 그 종이를 바위 아래 파묻었다.
그때만 해도 학교 선생님이나 동네 어른들이 어린이들한테 “장래 무엇이 되고 싶으냐?”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대통령’ 아니면 ‘국회의원’, ‘장관’ 등을 꼽을 때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내게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보다는 야당을 이끌고 있는 국회의장 신익희 선생이 더 멋있고 훌륭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때 나는 신익희 의장이 했다는 연설 내용을 어른들로부터 간간이 들으면서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호감이 많이 갔다. 특히 선생의 수려한 외모가 마음에 들었다.
그날 바위에 ‘국회의장’이라고 소원을 쓴 것은 국회의장이라는 지위나 감투보다 당시 국회의장이던 ‘신익희’라는 사람의 인격을 닮고 싶다는 소년다운 소박한 뜻이었다.
나는 지금도 어떤 지위나 힘의 유무보다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역사와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생은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무엇이 되느냐’라는 타이틀(title) 보다는 원칙을 가지고 가치 있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훗날 나는 우직하게 국민행복과 통일을 지향하며 ‘정도(正道)의 길’을 걸어온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고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하면서 바르게 가고자 하는 것이 정도의 길이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은 미래의 장기적인 비전과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오직 당장 이해관계에만 집착한 나머지 나라를 망칠 가능성이 크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역사를 두려워하는 정치인이 바른 길을 가는 정도의 정치인이다. 역사를 의식한다는 것은 올곧은 현실을 창조해 나간다는 뜻이다.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 한다는 것은 정의롭게 국민의 편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제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평화로운 통일조국을 이루어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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