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은 인구 6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이런 곳에서 그것도 ‘재즈’라는 대중 친화적이지 못한 음악장르로 축제를 만드는 일은 큰 모험이었다. 그러나 가평군은 공연기획자 인재진을 불러들여 위험한(?) 모험을 시도했다. 예산 3억 원이 지원된 첫해, 1만 명 관객이 찾아왔다. 그러나 해마다 늘어나기 시작한 관객은 10년 만에 무려 30배 가까운 숫자로 늘어났다. 해를 더하면서 자연히 예산도 늘어났다. 자치단체가 만들어내는 거개의 축제가 그렇듯이 자라섬 재즈도 운영비 대부분을 자치단체 보조금에 의존했지만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자치단체 보조금 의존 비율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자체 수입 충당금이 높아졌다는 것은 페스티벌의 자생력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자라섬 재즈를 만들고 성장시켜온 인재진 총감독의 강연을 들어보니 이러한 결과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연계한 상품부터 대기업을 끌어들인 홍보 마케팅까지, 정체성을 지켜 좋은 무대를 만드는데 열정을 쏟으면서도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드는 축제를 위해 시도한 다양한 통로를 보면 놀랍다. 사실 그가 전하는 좋은 축제를 만드는 길은 복잡하지도 낯설지도 않다. 그만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노하우다.
돌아보면 자라섬 재즈보다 오랜 경험을 갖고도 여전히 헤매는 지역 축제들이 많다. 축제 안의 가치를 성장시켜가는 방식을 언제나 외형으로부터 찾으려는 데서 오는 결과다. 축제의 본질보다 규모화를 앞세우면 자생력은 남의 일이 된다. 그런 축제는 늘 부유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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